'은행중심·지분제한'으로 기울어지는 가상자산법…업계 "사후 규제·역차별"

기사등록 2026/02/05 07:00:00 최종수정 2026/02/05 08:20:23

정책위 제동에 중재안으로 선회…업계는 즉각 반발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4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6.02.04.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당초 해당 쟁점들에 대해 강경한 반대 기조를 담고 있던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초안은 정책위원회 보고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정책위 차원의 수정과 조율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기존의 반대 입장을 일부 접고 초기에는 정부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하는 절충적 입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당의 기류 변화에는 정부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판단과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하던 '대주주 지분 제한' 입장, 정책위 문턱서 제동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디지털자산TF가 마련했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은 당 정책위원회 보고에서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TF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방안에 대해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에 한정하고 가상자산 거래소 최대주주의 지분을 15~2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정책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금융위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TF 초안은 결국 조율 대상이 됐다.

정책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안도걸 의원은 "(핵심 쟁점에 대해) 찬반이 갈렸다"며 "초기에는 다소 안정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되, 이후에는 점차 혁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자는 흐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법안 마련에 있어) 절대 혁신이 죽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렇지만 굉장히 안정성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책위의장님도 '우리 시장은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일단 제도가 출발하면 혁신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초기에는 다소 안정성을 중시하되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맞춰 보다 혁신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세팅되는 제도가 고정된 틀로 오래가는 것은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를 먼저 만들고 시장 변화에 따라 제도 역시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중장기적 관점의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위원장 간 면담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면담 이후 이정문 의원실 한 관계자는 "TF 차원에서는 지분 제한에 반대했으나 정책위원장이 정부안을 수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핀테크·IT업계,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에 잇단 반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자 IT·핀테크 업계는 "역차별이자 위헌 소지까지 있는 사후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 해당 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해당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대한민국 디지털금융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에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영업 중인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지분 축소를 강제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해치는 소급입법"이라며 규제안 재고를 강력히 요청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간의 혁신과 노력으로 성장한 산업을 정부가 사후적으로 통제하려는 과잉규제이며,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투자 위축과 국부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소급 규제를 중단해 '신뢰보호 원칙' 준수, 은행 중심이 아닌 민간 혁신기업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 참여 보장,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정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의 민간 자문위원들까지 공동 성명을 통해 지분율 규제의 졸속 입법 가능성에 우려 메시지를 냈다.

자문위원단은 성명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율 제한이)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에 반영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완성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안팎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앞날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으로, 저희 자문위원들도 이런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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