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실사·지출 관리 요구 까다로워져"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불경기로 투자 환경이 위축된 가운데, 바이오 벤처들이 투자 유치 협상 과정에서 팍팍해진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바이오 기업·기술 투자 벤처캐피탈의 재무 실사 및 투자 계약서 요구조항이 한껏 까다로워졌다.
투자 대상 기업의 3~5년치 회계내역을 요구해 지출 내역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임직원의 연봉 인상도 투자자의 사전동의없이 할 수 없도록 제어하고 있다.
재무 실사(financial due diligence)는 투자자가 M&A·투자·인수 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잠재적 위험을 확인하는 절차다. 단순한 감사와 달리 숨은 비용·리스크를 평가하며, 주요 비즈니스 드라이버와 재무 리스크를 식별하는 데 중요하게 쓰인다.
이 재무 실사의 요구 사항이 최근 들어 엄격해져, 투자를 꼭 받아내야 하는 벤처의 어려움 또한 커졌다는 목소리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전과 달리 요즘 투자자들은 최소 3년치의 법인카드 지출 내역을 요구한다"며 "지출 내역 체크도 굉장히 까다로워, 임직원의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지,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는지도 확인한다. 이 기준들에 맞추려고 벤처는 대표이사도 유럽·미국 학회 참석 시 이코노미를 타게끔 내부 규정을 손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의 임금 인상까지 투자자들의 동의를 거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의 임금 인상률, 상여금 지급 계획도 투자계약서에 미리 기재한 후 투자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인상할 수 없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엄격한 기준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 위축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관·기업 수가 대폭 줄면서, 투자에 매달리는 벤처가 감당할 계약 조항은 더 엄격해지는 상황의 반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술을 가진 기업 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투자자의 입김이 세졌을 뿐 아니라 지출 관리 요구도 타이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R&D 신약 개발 기업과 비용을 잘 관리해야 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은 구분돼야 함에도,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 사업모델에 따른 구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