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기업이 '무과실' 입증해야"…법정 손해배상제 실효성 높인다(종합)

기사등록 2026/02/04 10:34:24 최종수정 2026/02/04 11:42:24

당정, 개보법 개정 합의…개인정보 유출 사태 재발 방지 한뜻

법정 손해배상 요건서 '고의·과실' 삭제해 피해구제 실효성↑

사고 발생시 정부가 '긴급 보호조치' 명령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대응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2.0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앞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면 스스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유출된 정보를 불법 유통할 경우 형사 처벌 근거가 마련되며, 기업이 정부의 유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 유출 대응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박상혁 정책위 사회수석부의장, 강준현 정무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정부 측에서는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의는 최근 잇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정은 우선 현행 '법정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기업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돼야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데, 정보 주체(피해자)가 기업의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려워 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당정은 법 개정을 통해 손해배상 요건에서 '고의 또는 과실' 문구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기업에 책임을 묻되, 기업이 안전 의무를 다했거나 사고에 대한 귀책 사유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대응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2.04. kgb@newsis.com
양청삼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현행법은 기업이 '통상의 주의 업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면 책임을 벗어나는 구조"라며 "개정안은 유출 사고 시 원칙적으로 책임이 있음을 선언하고, 기업이 안전조치 의무 수행과 무과실을 모두 입증했을 때만 면책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불법 유통'에 대한 처벌 근거도 신설된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을 통해 유출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이를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개보위의 조사 권한과 행정 강제력도 한층 강화된다. 사고 발생시 기업이 조사에 비협조적이거나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 부과 제도가 도입된다.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증거보전 명령' 제도와 대규모 개인정보 처리자에 대한 정기 실태 점검 근거도 마련된다.

특히 정부는 유출 사고 시 피해 확산을 즉각 차단하기 위해 '긴급 보호조치 명령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박상혁 사회수석부의장은 "개인정보 유출은 단시간 내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도입 취지를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기업 규제 부담,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와 지원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사전 예방적 투자를 하거나 모의해킹 등 보안 체계를 강화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필수적으로 감경해주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보안체계 강화와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무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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