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 속 광고 규정 위반 징계 잇달아
공무원에 눈 돌리고 '열정페이' 자원하는 변호사도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신규 변호사 배출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업계에서의 밥그릇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 변호사들은 지역 내 경쟁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변호사들과도 수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라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00명 돌파 부산 변호사, 로스쿨 제도로 가파른 증가세
4일 부산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협회 회원 수는 1219명(휴업 제외)으로 창립 이후 최초로 1200명을 돌파했다. 부산지법 본원에는 1000명에 육박하는 994명이,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에는 각각 159명과 66명이 등록돼 있다.
로스쿨 제도로 2012년 변호사 시험 시행 후 부산에서도 신규 변호사의 시장 진출이 크게 늘었다.
사법시험을 치를 때에는 매년 10~20명이 증가한 데 비해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2012년부터는 평균적으로 해마다 50~60명이 늘었다. 그러는 새 2012년 520명이던 회원 수는 어느덧 곱절을 넘었다.
부산은 지방에서 가장 많은 변호사 수를 자랑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지역별 변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서울(2만7266명)과 경기(2154명)에 이은 세 번째다. 대전·세종·충남(940명), 대구(930명), 인천(832명), 광주(761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업계는 울상이다. 사건 수가 변호사 수에 비례하지 않아 수임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예전과 사건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변호사 숫자는 부쩍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며 "부정적인 방식으로 소위 영업을 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광고 위반 징계 늘고 눈 돌리는 변호사도
변호사 증가로 업계 내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부적절한 광고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도 크게 늘었다. 대한변협의 변호사징계위원회 결정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는 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93건으로 폭증했다.
부산도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부산진구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A씨는 '무료 상담' '국내 최고' 문구를 내걸며 광고를 한 탓에 과태료 700만원에 처해졌다. 고객을 상대로 부당한 기대를 갖게 하거나 객관적 사실을 과장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했다는 이유다.
또 사하구 소재 한 로펌은 부적절한 방식으로 저렴한 수임료를 표현함으로써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쳤다는 사유로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계약직 공무원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추세다. 실제 부산시는 2017년부터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했는데 공고 때마다 선발자보다 지원자 수가 매번 웃돌았다. 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적도 있다.
변호사들의 울며 겨자 먹기도 계속된다. 한 줄의 이력을 위해 낮은 수준의 임금에도 관공서 고문 변호사에 너도나도 자원하고 있다. 부산의 한 구청은 지난해 고문 변호사에게 월평균 5~6건의 사건 자문을 맡기며 16만5000원을 한 달 수당으로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가격과 괴리감이 큰 임금 수준에 '변호사 열정페이'를 관청이 부추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수도권의 지역 침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20년 차 변호사는 "부산 사건이지만 방송에 나온 서울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사례도 꽤 있다"며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거리가 멀어서 의뢰인을 잘 만나지 못하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과 수도권 변호사에 대한 시선이 다른 것 같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인 변호사 시장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승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 일반 국민이 법률적 조력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변호사 자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며 "로스쿨 교육과정을 4년으로 늘리고 변호사 시험을 자격 시험화해 양질의 변호사가 배출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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