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교도소, 가두는 곳에서 꺼내는 곳으로…'백년의 교도소'

기사등록 2026/01/06 15:27:07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교도소에는 문이 몇 개 있을까. 이 질문은 교도소를 처음 방문한 이들이 자주 가지는 호기심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은 정문만 통과하면 바로 수용자의 방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교도소의 문은 수십 겹에 이른다. 필자가 교정시설에 처음 방문했던 2016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정문에서부터 교육장까지 가는 데만 해도 20개가 넘는 철문을 통과해야 했다." (머리말 중)

신간 '백년의 교도소'(지식의날개)는 교육학자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감옥과 교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유주영 대구교육대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이 지닌 변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형무소(刑務所)로소의 감옥이 아닌 교도소(矯導所)로서의 감옥을 다룬다. 형무소는 형벌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61년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명칭을 바꿨다. 명칭 변경을 통해 감옥은 범죄자를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교정교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형벌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 사회에는 교정교육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수용자는 언젠가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결국 그들이 사회에 적응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재범을 방지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임을 이 책은 강조한다.

교도소를 범죄자를 가두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꺼내는 곳으로, 형벌의 공간만이 아니라 학습의 장으로 재구성할 때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2012년 6월 22일 연간 12권의 책을 읽는 수용자에게 1년마다 48일의 형량을 줄여주는 법을 제정하였다. 수용자의 독서와 학습을 법적 제도 안에서 인정한 사례다. 이에 앞서 브라질은 교도소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수용자에게 형량을 줄여주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페루에서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에게 4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그 조건으로 '독서'를 명시한 판결이 내려졌다. (중략) 이는 학습이 형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132~133쪽, 제4장 '순화의 시대-군부집권기(1980~1992년)' 중)

"교정시설의 과밀화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세계 교정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기준 교정시설 수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136.2%)이었고, 프랑스(130.8%), 슬로베니아(130%), 콜롬비아(127.3%), 한국(125.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47.3%로 낮았다. 과밀수용은 수용자의 교정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143쪽, 제5장 '자기규율의 시대-문민화 이후(1993~2006년)' 중)

이 책은 전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평생교육기관으로서 교도소의 역사와 기능을 조명한 최초의 저술이다.

저자는 수형자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변화와 갱생의 관점에서 교도소를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바라보고 모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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