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노동부 장관, 2026년 신년사서 정책 방향 제시
울산화력 붕괴사고 언급…"희생 헛되지 않게 하겠다"
산재·임금체불·포괄임금 엄정대응 강조…감독 대폭 확대
주4.5일제·야간노동 최소 휴식 보장 등 정책 과제 언급
"노란봉투법, '진짜 사장' 교섭 길"…노동자 추정제 예고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를 언급하며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죄송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고 구조대원을 격려해주시던 유가족들의 단단한 마음에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며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노동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일터에서 행복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은 노동부의 존재 이유"라며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우리 삶을 바꾸는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일터민주주의'를 실현해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기댄 과거의 성장 모델은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성장은 노동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주체가 되고 노동과 함께하는 성장이어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을 때 경제가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격차해소와 노동있는 대전환을 약속했다.
우선 노동현장의 위험격차 해소를 언급하며 "작은사업장은 스스로 개선할 여력이 부족하므로 지방정부와 업종별 협·단체, 안전일터지킴이가 협업해 정책이 닿는 길목을 확보하고 말단 현장까지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반면 "능력이 있음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은 대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경제적 제재까지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산업안전 감독 물량을 지난해 2만4000개소에서 5만개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임금체불, 포괄임금제 오남용 등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도 했다.
노동부는 올 한 해 동안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정형 상향, 도급 계약 입금구분지급제 확산을 위한 법 개정,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 노동시간 측정·기록의무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청년 지원과 관련해서는 "'쉬었음' 청년 발굴을 위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접근·회복을 위한 일자리첫걸음 보장센터 10개소를 설치하겠다"며 "대기업 등 일경험과 인공지능(AI) 미래역량 훈련 지원 등 단계별로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월 10일 본격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과 관련해서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음)'의 자세로 사용자가 불분명한 지위 뒤에 숨어 책임 회피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고, '진짜 사장'이 교섭에 응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했다.
이어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제정하고, 근로자임을 입증하지 못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노동자 추정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노동법을 회피하려고 소위 '가짜 3.3' 계약을 남용하는 현장 관행도 주기적인 감독과 지역 협·단체와의 교육·지도 등을 통해 바꿔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00시간대로 줄이기 위해 주4.5일제 도입 지원, 야간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한 최소 휴식시간 보장, 연속 근무일수 제한 등 노동시간 관리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고령자·일하는 부모·장애인·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한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노동있는 대전환 추진을 강조했다. 올해 24만명, 5년간 총 100만명에게 AI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폭염·한파로부터 노동자 건강 보호조치 강화, 산재 처리기간을 160일로 단축하는 등 계획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일터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억울한 죽음이 사라지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며 그 힘으로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며 "노동부는 핑계를 찾지 않겠다. 노동이 존중받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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