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항 교체하다 난이도 살피지 못했다"
입시업계 "모평 14번…수준 파악 실패한 것"
업계 관계자 "문제 출제 방식은 늘 똑같았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사교육이 꼽히자 입시업계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모의고사를 치른 교육당국이 학생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영어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1만5154명으로 전체의 3.11%다.
수능 영어는 과도한 사교육을 방지하고 수험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기존 상대평가에서는 상위 4%까지 1등급을 받는 만큼, 절대평가 전환 취지를 살리려면 적어도 1등급 획득 수험생이 4%는 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절대평가 이후 영어 1등급 비율은 2018학년도 10.03%, 2019학년도 5.30%, 2020학년도 7.43%, 2021학년도 12.66%, 2022학년도 6.25%, 2023학년도 7.83%, 2024학년도 4.71%, 2025학년도 6.22%, 2026학년도 3.11% 등이다. 가장 어려웠다는 2024학년도 수능에서도 1등급 획득 수험생은 4%를 넘었다.
반면 이번 수능에서는 1등급 획득 수험생이 4%에 못 미치는 3.11%에 그쳤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이 상위 4%에게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치다.
이번 수능 영어에서는 빈칸 채우기, 빈칸 추론하기, 간접 쓰기 문항의 오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에 사실상 실패한 평가원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날 오후 수능 채점 브리핑에서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사교육을 꼽았다. 그는 "향후에 면밀히 분석해야겠지만, 1차적으로 출제 과정을 검토해보면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 시중에 나와있는 문항들과 비교했을 때, 출제 과정에서 유사한 문항들이 많이 발견돼 교체하는 문항이 다수 나왔고, 교체되는 문항이 다수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난이도 부분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입시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계자 A씨는 "언제는 안 그랬나. 문제 출제 방식은 늘 똑같았다"며 "난이도 조절 실패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B씨는 "사교육, 킬러문항이 문제가 되다 보니 이런 부분을 피하려고 문제를 꼬아서 내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계자 C씨는 "평가원 모의고사, 시도교육청 모의평가를 모두 합치면 평가원은 3년간 14번의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는데, 이번 영어 시험은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역량과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영어 1등급 6~10% 내외를 목표치로 두고 내년 출제 방향을 세울 계획이다.
오 원장은 "전년도 수능 결과와 모의평가, 졸업생 참여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적정 수능 난도를 구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수능평가자문회의를 통해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내년) 출제 방향을 잡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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