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
수도권 공급과잉 미고려·부족 의사수 단순 합산 등
의대 신입 정원 여전히 5058명…논의 격화 가능성
"과학적 방법으로 수급 추계…감사 영향 없을 것"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가 충분한 근거 없이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 의대 정원 결정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 의사결정과정에서 독립된 기구로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감사원의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의정 갈등과 파행을 불러일으킨 2000명 의대 증원 사태는 충분한 논리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의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했다. 의대 증원 논의 기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은 정부에서 가져온 증원안을 보고 받을 때마다 "더 많은 증원"을 요구했고, 그 결과 증원 규모는 애초 500명에서 1000명으로, 다시 2000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증원 규모의 근거 마련을 위한 '2035년 1만5000명 부족' 전망이 취약지 자체충족률을 기준으로 산출한 연구 결과이며, 이를 전국 의사 부족분으로 확대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수도권 등은 오히려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 부족 의사 수를 현재 부족분 5000명과 단순 합산한 것도 시점이 다른 수치를 결합·제시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부족 규모가 5841명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자체 분석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2020년 의정 합의에서 '재추진 시 협의'를 명시했음에도 실제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논의 기구로서 2000명 증원을 심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했다.
감사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해 의대 관련 6가지 감사 요구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결정' 및 '의대 정원 배정 과정'을 우선 감사했다고 전했다.
의대 모집인원은 2026학년도의 경우 한시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3058명으로 다시 조정됐으나, 각 대학별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은 여전히 5058명이다. 2027학년도 논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모집 정원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학별 정원 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감사원 결과까지 더해질 경우 추계위 내부 논의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다만 이미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립된 기구로서 추계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논의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수급 추계위는 절차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까지 포함해 면밀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의대 증원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계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당시 의대 정원 증원이 너무 급격한 변화를 주장했고 그로 인해 의정 갈등이 생겨서 추계위가 생긴 것"이라며 "추계위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수급추계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이번 감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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