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평화안, 28개항→19개항…영토·나토 쟁점, 정상회담으로(종합2보)

기사등록 2025/11/25 14:11:20

쟁점 보류…병력·사면·러 자산 등은 완화·철회

추수감사절 합의 난망…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제네바=AP/뉴시스] 미국(왼쪽)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미국 대표부에서 러-우 전쟁 평화안과 관련해 회담하고 있다.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8평화안 28개항을 19개항으로 줄이고, 영토 등 쟁점은 정상 회담으로 넘겼다 2025.11.25.
[서울=뉴시스]강영진 신정원 김예진 기자 = 우크라이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28개항에서 19개항으로 줄였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가장 민감한 영토 문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 등은 미·우크라 정상 간 합의 사항으로 남겨놨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28개항 평화안 중 상당수가 빠졌다고 확인했다. 그는 "(23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 평화안은 28개항에서 줄었다"며 "이 구상 내에 많은 올바른 요소들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영토·나토, 트럼프와 직접 협상…평화 걸림돌 되지 않을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문서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존엄하게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레드 라인', 즉 영토 양도나 나토 가입 포기 등의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직접 협상으로 남겨놨다는 보도 내용과 일치한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팀은 오늘 이미 새로운 단계의 초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것은 올바른 접근 방식이며, 민감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논의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또 "대부분의 국가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협상에 건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결코 평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원칙이자 공동의 원칙"이라며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은 존엄한 평화를 기대하고 누릴 자격이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며, 가능한 빨리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피력했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8개항→19개항 '쟁점은 정상 합의로'…'군 병력 60만 제한·전범 사면' 사실상 철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1차관은 미국과 제네바 협상에서 평화안을 19개항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앞서 유출된 초안과는 거의 닮은 점이 없다"며 "원본에서 남은 것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그는 협상은 "치열했지만 생산적이었다"며 "철저히 수정된 초안은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어떤 항목이 삭제됐는지 일일이 설명하진 않았지만, 영토와 러·나토, 미·러 관계에 관한 쟁점은 양국 정상이 직접 결정하도록 보류했다고 밝혔다.

RBC-우크라이나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은 대부분 사항에 합의했지만 가장 논란이 많은 두 가지, 즉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영토를 양토하는 것과 나토에 영구적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직접 회담으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특히 "영토 양보 문제는 헌법상 국민투표가 필요해 대표단 선에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는 타협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지도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60만 명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철회할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쟁범죄 사면 조항도 전쟁 피해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러시아 동결 자산 1000억 달러를 사용한다는 계획도 삭제됐다고 전했다.

양측 대표단은 각자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며,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AP/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28개항으로 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안과 관련해 회담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5.11.24.

◆파행 위기였던 미·우크라 협상…"이후 우크라 의견 경청"

23일 스위스 제네바 협상엔 우크라이나 측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키슬리차 차관, 군·정보기관 관리 등이 참여했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이 중 쿠슈너가 참석한 것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고 FT는 전했다.

회의는 시작 전부터 파행 위기였다. 키슬리차 차관은 당시 분위기를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다(hanging by a hair)"고 묘사했다. 미국 대표단은 회의 전 초안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고 양측 간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됐다고 했다.

그러나 예르마크 비서실장과 미국 측의 2시간 가량의 조율 끝에 회담은 재개됐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장시간 협상하며 주요 우려 사항을 전달했고 평화안 초안을 항목별로 검토했다.

키슬리차 차관은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의 관점을 경청하고 제안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었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거의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희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부의 모든 이들은 제네바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공동 기자회견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추수감사절 합의는 난망…유럽 '의지의 연합' 25일 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미국 추수감사절인 27일 이전에 합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 방문을 조율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아직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미국 측과 곧 접촉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미국이 조만간 우리와 직접 만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더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빡빡하다"고 알렸다.

이달 25~27일 키르기스스탄을 국빈 방문하고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며, 인도 방문 일정도 확정됐다고 했다. 12월 21~22일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유라시아경제공동체(EAEC) 회의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중심의 '의지의 연합'도 25일 회의하고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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