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내괴' 가해자 지목돼 파주→나주로…法 "전보 필요성 의문"

기사등록 2025/11/17 07:00:00 최종수정 2025/11/17 07:18:25

공기업 직원, 직내괴 가해자로 신고 들어오자

분리조치 위해 파주→나주지사로 전보 발령

法 "다른 조치도 존재…반드시 전보해야 했나"

"원격지 비선호 상황 해소하려 했을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최근 공기업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사원을 원격지 지사로 전보시키는 것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최근 공기업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경기 성남시에 본사를 둔 공기업으로 수도권 남·북부, 충청, 경상, 호남권 등 전국 5개 권역에 있는 지사에서 약 2000명의 근로자를 뒀다.

B씨는 지난 2006년 9월 공사에 입사해 2023년 9월부터 파주지사 고객지원부에서 근무한 직원이다. 2023년 12월 파주지사 소속 근로자 5명이 B씨를 감사실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감사실은 경영지원처 인사교육부에 B씨와 신고인들의 분리조치를 요청했고, 공사는 같은 달 B씨에 대해 전남 나주지사 고객지원부로 전보 명령을 내렸다.

이에 B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이듬해 3월 이 사건 전보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사전 협의 등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공사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 역시 2024년 7월 지노위와 같은 이유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공사는 B씨의 본적지가 전남인 점과 B씨에 대한 과거 고충신고 내역 등을 고려하면 광주·전남지사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도 공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사가 B씨를 파주지사에서 광주·전남 나주지사로 전보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사가 ▲대기발령 등 다른 임시적 분리조치가 가능한지 고려하지 않은 점 ▲B씨가 이 사건 전보 당시 휴가 등으로 출근하지 않던 상황인 점 ▲이 사건 당시 직장 내 괴롭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전보가 필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설사 전보가 불가피했더라도, 수도권에 파주지사 외 13개 지사 또는 사업소가 있는 점과 B씨의 전보가 원격지 지사 전보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공사가 원격지 근무 비선호 상황을 해소하고자 이 사건 전보를 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거주지인 경기 화성시에서 280㎞ 떨어진 나주시로 근무지가 변경돼 거주지에서의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월 100만원의 거주비에 더해 교통비와 부수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전보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A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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