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도 면접 보자" 청원 논란…해외 부동산 시장 살펴보니

기사등록 2025/11/14 08:37:15 최종수정 2025/11/14 08:44:26

임대인 정보만 공개되는 ‘역차별’ 불만 확산

미일 등 해외에선 세입자 심사·면접 일반화

전세 매물급감에 임대인 우위 속 논란 증폭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시내 부동산. 2025.11.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임대인 우위 시장이 강화되는 가운데, 임대인이 세입자의 정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도록 ‘임차인 면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임대인 정보 공개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자, 임대인 측에서도 “정보 비대칭 해소는 쌍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현재로서는 내 집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임대인도 재산권 보호를 위해 세입자의 신용도·범죄 이력 등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세입자 서류 심사와 면접이 일반화돼 있다”며 구체적인 절차까지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건이 좋은 전셋집인데 집주인이 가족 면접을 요구한다”는 글이 올라 화제가 됐다. 해당 임대인은 어린 자녀, 반려동물, 못질 등을 금지하고 ‘가족 구성원 전원 면접’으로 적합성을 판단하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3+3+3 임대차법 논의와 전세시장 불안으로 임대인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며 “최장 9년 같은 세입자에게 집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더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해 임대인 정보 공개를 늘리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기간을 기존 2+2년에서 3+3+3년으로 확대하는 것과 함께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제공 의무를 부과한다.

정부는 HUG 자료를 활용한 ‘임대인 정보조회 제도’를 통해 전세보증보험 가입 이력, 보증 제한 여부, 최근 3년 대위변제 이력을 공개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임대인의 신용도,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을 포함한 위험 보고서를 운영한다. 임대인들이 “임대인만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임대인·임차인이 상호 정보를 공개하는 ‘쌍방 심사’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세입자가 신용점수, 고용·소득 증명, 범죄기록, 이전 집주인 추천서까지 제출하는 ‘Tenancy Screening’ 제도가 널리 퍼져 있다. 독일은 ‘셀프 디스크로저’라는 상세한 개인·재정 정보 문서를 제출해야 하고, 인기 지역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한다. 프랑스는 급여명세서·세금신고서·보증인 서류 등 제출이 기본이며 면접이 이뤄지는 곳도 있다. 일본은 보증회사 심사와 재직증명서·소득 증빙 제출이 필수다. 한국처럼 임대인 정보 위주로만 공개되는 구조는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가 실제로 제도화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임대인들이 제기하는 ‘역차별’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임차인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임대인의 반발이 누적되고, 전세 매물 감소로 임대인 우위 구조가 심화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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