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고환율에 물가 상승 압력 커질수도"…재정·통화정책 기조 전환 제안

기사등록 2025/11/11 16:00:00 최종수정 2025/11/11 17:40:14

KDI, 물가상승률 올해 2.1%·내년 2.0% 전망

"고환율 유지되면 2% 상회 가능성 배제 못해"

"통화정책, 현재 금리 수준 중심 운용 바람직"

"경기회복 맞춰 재정 정책 기조도 정상화해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888.35)보다 5.56포인트(0.63%) 상승한 893.91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51.4원)보다 5.0원 오른 1456.4원에 출발했다. 2025.11.11. jini@newsis.com
[세종=뉴시스] 안호균 임하은 기자 =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1%와 2.0%로 전망했다.

다만 KDI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하방 압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9월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환율 상승의 영향이 추가되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 초 13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60원까지 상승해 4개월 만에 7% 가량 급등했다. 환율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 등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상반기 2% 안팎에서 움직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2.4%까지 높아졌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높은 환율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물가를 중심으로 조금 더 상방 압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제 주체별로는 환율이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 기업에는 조금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고,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기업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1.5~1.8% 추정)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경기 상황상 추가적인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0.9%, 내년은 1.8%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수정 전망치(올해 0.8%, 내년 1.6%)보다 모두 상향 조정했다.KDI는 정부의 확장재정정책과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세가 경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6%, 내년 2.0%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와 유사한 기조로 운영해 나갈 것을 권했다.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1.8%를 기록해 잠재성장률(1.5~1.8% 추정)을 상회할 전망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KDI는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편성됐음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 부근에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물가 하방 압력이 축소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율 변동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따라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물가의 상⋅하방 위험을 점검해 나가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도 경기 개선 흐름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DI는 "향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상회하고, 국가채무비율도 빠르게 상승(연평균 2.2%p)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경기 회복에 맞춰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정상화함으로써 큰 폭의 재정적자 흐름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규철 부장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면 상반기 까지는 안좋은 국면이었다가 하반기부터는 부진의 폭이 줄어들고 있고, 내년에는 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기조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재정적자 규모를 -4%보다는 더 줄여나갈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도 경기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크게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잠재성장률은 1.5~1.8%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로 보고 있다"며 "그만큼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높은 성장률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고, 경기부양책 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정책들을 병행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과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오른쪽)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KDI 제공) 2025.11.11.  *재판매 및 DB 금지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생⋅고령화 등의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조세·재정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구조적인 재정부담 확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초연금을 취약 노령층에 집중해 지원하고,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또 저출생 기조를 감안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내국세 수입보다는 학령인구에 연동되도록 개편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KDI는 통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무역 갈등, 미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에 따른 자금조달 불확실성 등으로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주요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 적시에 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출규제와 관련해서는 "정책 시행, 주택거래 및 대출 간 시차를 감안할 때,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수요가 완화되는 국면에서는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련 대책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07.10.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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