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 국내 번역 출간
"진실 이야기하는 작가라면 정치 이야기 해야"
박찬욱의 '동조자' 원작자…"나와 생각 비슷해"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미국은 설립 근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제한이 없는 사람'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어요. 트럼프 2기는 1기의 후속편을 보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문화에 있어 최악의 산물입니다."
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4)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응우옌의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민음사)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지난 4일 국내 출간에 맞춰 기자들과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응우옌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면 정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침묵하는 것은 더 쉬운 선택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이를 입 밖으로 내는 게 중요하다"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도 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응우옌은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5년 사이공시(현 호치민)이 함락되면서 베트남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가정의 둘째 아들로, 이민 2세대다. 이번 에세이는 부모와 저자가 이민자, 소수인종으로서 미국에서 겪은 개인적 차별과 부조리 등을 가감없이 풀어냈다.
그는 "미국은 언제나 다양성이 존재했던 국가지만 어떻게 다양한 인종을 대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진정한 (인종의 현실) 대변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진정한 대변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는 평등이 필요한데 미국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에세이에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으로 표현됐다. 트럼프의 이름 자체가 노출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응우옌은 이에대해 "트럼프는 정말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관심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좋아한다"며 "단순히 이 인물을 무시하는 것이 어렵고, 삶에서 없애는게 너무 어려운데 이는 트럼프의 정치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를 둬서 인물 자체를 무시하고 정치적 전략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려면 나의 깊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쓴다는 행위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고, 내면에 깊은 것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응우옌은 집필하면서 전쟁, 식민지배 등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참고했다. 그는 차학경의 '딕테'(문학사상)을 여러 번 읽었다.
그는 "전쟁, 식민지배 등을 겪은 사람들의 삶은 파편적인데, 차학경 작가가 파편적인 방식으로 집필한 것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 경험을 비슷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세이에서 그는 '이민 1세대' 어머니의 삶에 집중했다. 첫 페이지에도 '내 어머니에게'라고 써 2018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모했다.
응우옌은 "작가이기 때문에 글로 어머니를 추모했다"며 "(글을) 쓰기 위해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며 어떤 기억들이 있었는지 회상했다. 어머니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드러내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베트남 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이주하며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차별 등의 장애물을 극복한 배경을 언급하며 "강력한 인물"이라면서도 "결국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고백했다.
응우옌이 19살 때 어머니는 입원했다. 당시 그는 10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했고, 이는 이번 에세이의 시작이 됐다.
"집 어느 공간에 (에세이를) 뒀는데 30년 동안 보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이를 꺼내서 봤는데 에세이에 담긴 모든 순간을 잊어버렸구나 생각했습니다. 30년 지나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이야기를 완성할 준비가 됐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에세이에는 작가 특유의 블랙유머가 녹아 있다. 그는 "유머는 독서에 속도감을 조절해 준다. 우리가 전쟁과 같은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유머가 필수적"이라며 "(작품의) 무게감을 가볍게 가져가려 했다"고 전했다.
그의 소설 '동조자'를 드라마로 제작한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도 전했다.
그는 "드라마의 제작사 HBO가 '누가 연출을 맡았으면 좋겠나'고 묻기에 바로 박찬욱이라고 답했다"며 "'올드보이'의 창의성과 기이함, 폭력 등이 동조자 집필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또 "베트남의 식민지배, 한국전쟁, 제국주의 등에 있어 (박찬욱과) 제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며 "역사를 영상으로 잘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박찬욱을 선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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