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슈 25년'·'DGX 스파크'로 전한 우정
"깐부는 완벽한 장소"…유쾌한 리더십
'30년 인연' 만든 이건희 회장의 편지
AI 반도체·로봇·자율주행 협력 논의
코엑스 깜짝 등장…AI 우정 재확인
APEC서 최태원까지…AI 네트워크 확장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열린 '치맥 회동'은 그의 인맥 리더십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날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AI 동맹' 이상의 인간적 신뢰를 확인했다. 겉으론 가벼운 저녁 식사였지만, 안에서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자율주행, 로봇 분야를 잇는 협력의 새 판이 짜였다.
황 CEO는 회동 당일 오후 7시15분쯤 자신이 머물던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나와 인근 깐부치킨 삼성역점을 찾았다. 그는 호텔을 떠나기 전 기다리던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7시30분쯤 식당에 도착한 황 CEO는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현장에는 황 CEO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경찰과 소방 인력도 배치돼 인파를 통제했을 정도다.
자리에 앉은 황 CEO는 일본산 고급 위스키 '하쿠슈 25년'을 직접 꺼내 사인한 뒤 두 회장에게 각각 선물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DGX Spark)' 두 대를 전달했다.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SSD PM9E1이 탑재돼 있다. 황 CEO는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도 이 제품을 선물한 바 있다.
"깐부(친구)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치킨과 맥주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 보니까 행복이 뭐 이렇게 맛있는 거 먹는 거 아닌가 싶다"며 화답했다.
치킨 회동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HBM4 등 차세대 AI 반도체, 자동차용 컴퓨팅, 로봇 기술을 둘러싼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 엔비디아의 만남은 AI 시대의 3대 축이 결합한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식사를 끝낸 세 사람은 이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GeForce) 25주년 행사'에도 깜짝 등장했다. 이 장면 역시 젠슨황의 친화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낸 그 편지에는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비전이 담겨 있었다.
이재용 회장은 "그때부터 엔비디아와 삼성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의 우정이 이어졌다"며 "그는 따뜻하고 배짱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에는 경주로 이동해 APEC CEO 서밋에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다시 만났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만나 AI 반도체와 로봇, 자율주행 협력 구상을 구체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은 기술만큼 사람으로 세계를 연결하는 리더"라며 "그의 인맥이 곧 엔비디아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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