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우주를 짓다'

기사등록 2025/10/15 14:45:43 최종수정 2025/10/15 16:26:31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매일 아침 일출을 보며 요가를 할 수 있는 집, 벌거벗고 다닐 수 있는 집, 자주 오는 가족과 친구와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집, 피아노 레슨을 할 수 있는 집,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

신간 '우주를 짓다'는 집 곳곳에 담긴 건축주(실제 집에서 살아갈 사람)의 11개의 소망을 건축가의 시선에서 풀어냈다.

이 책은 한 건축주 부부의 솔직하고 근원적인 욕망에서 시작됐다. 욕망은 소소하지만 낯설고도 생생하다. 하나의 건물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의아한 마음이 들게 한다.

저자인 건축가 역시 건축주가 정성껏 써 온 11개의 집에 대한 소망을 보며 하나하나 의문을 품는 데서 시작, 대화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고 설계도를 완성해 간다.

"건축가의 설계 도면은 건축주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다. 건축주를 생각하는 온 마음과 노력이 도면 안에 여러 두께의 선과 숫자, 글씨로 빼곡히 새겨진다. 도면은 자칫 무미건조한 설명서나 기술적인 서술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악보처럼 설계 도면도 일종의 언어다. 언어에는 창조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 정성과 의미가 전달된다." (24쪽, '설계도면은 건축가의 연애편지' 중 )

이 책은 독자에게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한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집을 짓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는 건축 방식이나 형태에 대한 질문이기보다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가치관,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주를 짓다'는 집에 대한 책이지만 한 사람, 한 가족이 자신만의 세계 혹은 우주를 어떻게 가꾸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과 사람, 건축가와 건축주 관계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집을 짓는 일은 단순한 시공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철학을 공간 안에 녹여 내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건축가는 단지 설계도를 그려 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집을 함께 만들어 가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여야 한다.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나에게 맞는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의 방식, 취향, 가치관과 얼마나 잘 맞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109쪽, '나에게 맞는 건축가와 땅을 찾는 방법' 중)

집 짓기는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시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집 짓기는 '평생의 로망'이면서도 '하고 나면 10년은 늙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완성하기까지의 무수한 선택의 과정을 꼼꼼하게 짚어가며 풀어낸다. 어떤 부분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놓치기 쉬운 것은 무엇인지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전문가인 저자가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집 한 채를 지어 보는 듯 예행연습을 할 수 있다.

"건강한 식단이 좋은 재료에서 시작하듯, 집도 근본이 되는 구조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우주는 처음부터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목조주택을 떠올렸다. 목조주택은 나무라는 자연 재료로 뼈대를 세우는 집이다. 나무는 숨을 쉬듯 습기를 머금었다 내보내며 실내 습도를 늘 알맞게 유지해 주고,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반대로 콘크리트 주택은 자갈과 모래, 시멘트에 각종 혼합물이 더해져 시공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방출된다. (중략) 결국 집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은 자재를 현명하게 고르고, 환기를 충분히 하는 데 있다." ( '열한 번째 소망: 건강한 집- 사는 공간, 살아나는 공간' 중 )

"창의 모양에 따라 담기는 풍경의 분위기가 다양하다. 가로로 긴 창은 파노라마 같은 시원한 풍광을, 세로로 긴 창은 족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담는다. 높이와 위치도 중요하다. 눈보다 높은 창은 원경을 담고 낮은 창은 근경을 담는다. 주변 환경에 맞춰 창의 방향과 가로세로 크기와 높이를 정하고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창은 집의 얼굴이 된다는 점이다. 안에 서는 풍경을 끌어오는 액자지만, 외부에서는 창이 집의 표정이 된다." ('여덟 번째 소망: 커피와 차, 와인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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