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튜브 음주장면 모니터링 해보니
조회수 상위 100개 모두 문제 장면 포함
가이드라인 개정했지만 강제사항 아냐
청소년 음주 심각…평균 13세에 첫 경험
"연령 제한 등으로 접근성 최소화해야"
[서울=뉴시스]정유선 권민지 수습 기자 = "(인생에서) 제일 많이 먹어보는 것 같아요. 근데 기분이 좋은데요!…제가 오늘 담이 걸렸었는데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술에) 이런 효과가 있나?"
지난해 2월 한 유튜브 채널에 배우 A씨가 나와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시며 MC와 나눈 대화 일부다. 이 채널은 유명 연예인을 초대해 술자리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컨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 기관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음주폐해예방사업단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에서 음주를 미화한 사례로 지적됐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개발원)에서 제출 받은 '유튜브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술방', '음주토크'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조회수 상위 100개 콘텐츠 가운데 100개 모두에서 문제적인 음주 장면이 묘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음주 중 부정적이고 해로운 장면과 대사가 나오거나, 미성년자 음주를 조장하는 장면과 대사가 나온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연령 제한이 걸린 동영상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유튜브 속 문제음주장면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모니터링에서 2020년 300개 중 266개, 2021년 100개 중 90개, 2022년 100개 중 99개, 2023년 100개 중 100개에 문제 장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2023년 11월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OTT서비스와 유튜브까지 확대 적용되도록 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유튜브 술방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동안 청소년 음주에 대한 경고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음주를 하는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은 44.4%에 달했다. 위험 음주율은 현재 음주자 중에서 최근 한 달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중등도 이상인 사람의 분율을 의미한다. 남자는 소주 5잔 이상, 여자는 소주 3잔 이상이 기준이다.
여성 청소년(현재 음주자 기준)의 위험 음주율이 50.2%로 남성 청소년(40.9%)보다 높았고, 고등학생(49.6%)이 중학생(29.3%)보다 높았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나이대는 2020년 13.4세, 2021년 13.2세, 2022년 13.1세, 2023년 13.3세, 2024년 13.0세 등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평생 음주 경험자 중 처음으로 1잔 이상 술을 마신 연령의 평균이다.
현재 관계 부처와 기관들은 음주폐해예방정책 전문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규제 필요성과 제도적 보완 방향 등을 논의 중이다.
개발원은 "온라인 음주 콘텐츠를 관리·규제하기 위해선 입법상 보완이 필요하다"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에 따라 규제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인순 의원은 "청소년의 미디어 음주 장면 노출이 청소년 음주율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며 "청소년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문제 음주 장면이 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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