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의된 '이재명표' 지역화폐법…난색 정부 '신중론' 여전

기사등록 2025/01/28 10:30:00 최종수정 2025/01/28 11:22:24

野 박정현 의원, 지역화폐법 개정안 발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정부 지원 '의무화'

민주당 "상반기 중 추경→지역화폐 투입"

與 "대선용 추경 안돼"…탄핵정국 등 변수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이재명 대표의 역점 정책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재발의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다시 깊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만큼 정부 예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데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만큼 관련 법안을 두고 여전히 '신중론'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28일 행정안전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개정안은 국가의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재량'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표의 역점 정책이자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한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왔고, 같은 해 10월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당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을 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했고, 같은 당 배준영 의원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설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지역화폐법과 함께 이 대표의 공약이다.

소관 부처인 행안부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국가의 재정 지원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자치 사무는 지자체가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정부의 예산권이 침해될 소지도 크다"고 밝혔다.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가 예산을 더 많이 신청해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점,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부정유통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괴산=뉴시스] 괴산군 지역화폐 괴산사랑상품권. (사진=괴산군 제공) photo.newsis.com
다만 새로 발의한 개정안은 지자체의 재정 부담 여력에 따라 보조금 예산 신청액 일부를 정부가 감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정부 예산안 침해 소지 논란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히 개정안 시행일 목표를 오는 7월 1일로 정한 만큼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집행하면 이를 지역화폐 지원 예산에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 감액한 673조3000억원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국회 단독으로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시행해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관련 정부 지원 예산도 5년 만에 처음으로 편성되지 않았다.

일단 민주당의 추경 편성 요구를 일축해오던 정부 여당은 최근 들어 "1분기 예산 조기집행 상황에 맞춰 필요하다면 추경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원칙 하에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화폐 의무화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약을 위한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은 야당에서 재발의한 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실무적인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정부 입장 등과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더라도 정부가 거부권을 재차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탄핵 정국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조기 대선 가능성 등은 변수로 거론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