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안갯속…노동약자지원·정년연장 물 건너가나[탄핵안 가결]

기사등록 2024/12/15 09:00:00 최종수정 2024/12/15 09:20:24

尹, 노사법치 강조…회계공시 등 성과 속 노정관계 악화

직무정지되면서 국정 운영 주도할 컨트롤타워 사라져

여당이 입법 준비 중이던 노동약자지원법 무기한 중지

정년연장 대국민 토론회 연기…노사정 대타협도 안갯속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2.1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아직 탄핵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직무정지로 사실상 국정 주도권을 상실해, 현 정부 들어 역점적으로 추진해오던 노동개혁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강조하던 '노동약자' 지원 입법은 기약 없는 상태가 됐고, 정년연장 문제 등 노사정이 합의 중인 사안들은 임기 내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14일) 열린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와 달리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단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국정 운영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정책 추진 동력은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법치주의' 강조한 윤 정부…회계공시 이뤄냈지만 노정갈등 최고조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노동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강조했다.

고용부는 가장 큰 성과로 '노사법치' 확립을 꼽고 있다. 노사법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의 기본 전제로, 노사관계가 법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노조 회계공시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노조의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정부의 회계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는 제도로, 의무는 아니지만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는 공시를 해야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과 그 산하 조직들은 모두 공시를 해야 세액공제가 가능한 구조다.

제도 도입 당시 양대노총은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올해 공시대상 733개소 중 666개소(90.9%)가 공시를 완료해 현장에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분규지속일수가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9.4일'을 기록하고 근로손실일수가 과거 정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도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다.

지난해 사고사망만인율(임금 근로자 1만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의 비율)이 0.39‱를 기록해 최초로 0.3대로 낮아진 점도 노사법치주의의 성과로 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정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건설노조를 향한 '건폭' 발언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두 차례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노동계의 큰 반발을 불렀다.

또 사회적대화에 참여하는 유일한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이 산하 노조 간부 강제진압 사건으로 7년 만에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고, 노조에 대한 보조금을 전액 삭감해 반발하기도 했다.

◆입법 앞둔 노동약자지원법 안갯속…사회적대화 동력도 상실

올해 들어 윤 대통령이 새롭게 내세운 과제는 '노동약자지원' 이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12.14. photocdj@newsis.com
윤 대통령은 5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조직 근로자들의 경우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하소연 할 곳조차 찾기 어려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을 지시했다.

이후 정부여당은 여론 수렴을 거쳐 법안 초안을 만들었다. 국민의힘 노동전환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입법발의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노동약자지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화력을 보탰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국회 업무가 멈춰 입법은 무기한 중지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당이랑 같이 준비 중이었지만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년연장 논의와 근로시간 개편 등 산적한 노동현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한국노총은 4일 윤 대통령의 퇴진 시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 참여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탈퇴는 아니기 때문에 탄핵 시 복귀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재 정년연장 논의를 진행 중인 경사노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12일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내년 1월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경사노위는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사회적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년연장은 노사정의 합의가 필수적이고 국회 입법도 거쳐야 한다. 노사 간 이견이 크고 입법을 뒷받침해오던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 활동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임기 내 노사정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근로시간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경사노위 일·생활균형위원회는 현재 1주인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러한 개편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불러온다고 반발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고용부는 정책 추진을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지난 4일 고용부 실·국장 긴급회의를 열고 "근로감독, 노사관계, 산업안전, 취업지원 등 기존에 추진했던 민생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또 5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계엄 사태 이후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묻자 "나는 된다고 보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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