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록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12월3일 화요일 밤에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데?' 속으로 '2024년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서강대교 북단이어서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조그맣게 보인다. 정말로 뉴스를 보니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불과 몇 분 뒤 12월의 평온한 밤하늘을 부숴버리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한경록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헬기들이 여의도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앞에서 시민들을 막아 서고 있었다. 나와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동료들이 걱정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한경록은 "지금 나는 나의 웃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펜을 들었다. 내가 자주 가는 술집에 앙리 마티즈의 '춤'을 오마주 한 그림이 걸려있는 액자에 이런 글귀가 있다. '편 가르지 말고 사이좋게 놀자' 나는 이 문구가 좋다. 건전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양손으로 균형을 맞춰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면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하듯 '다 죽자!'라고 노래 부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야가 조금 넓어지면서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버지께서 내게 충고를 한 가지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그 충고를 마음속에 되새겨왔다. 누구든 흠잡고 싶은 맘이 생기거든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누리고 산 건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세상을 조금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선이라고 믿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우리는 파도에 흔들리는 부표 같은 인간이지 않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내가 하고 있는 음악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기보단 지친 영혼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경록은 "하지만 오늘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우리 모른 척하지 말자! 어차피 한 줌 재가 될 인생이다. 불의에 저항하자!' 김수영 님의 시처럼,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고 했다.
"이것은 편가르기식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다. 그날 밤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웃음과 자유를 찾아오자! 우리 모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우린 살아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 곳곳에서 '탄핵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 앞에 수십만 명이 또다시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14일 '전국동시다발 주말 집중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매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펼쳐진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들은 14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주사파 척결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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