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흔들지 말고 이민자 줄이고, 석유는 많이” 트럼프 마음 바꾸나

기사등록 2024/11/28 17:26:06

“마두로와 협상으로 미국 에너지 가격 내리면 중러 견제에도 도움”

차기 루비오 국무,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머스크 등 반 마두로 인사 수두룩

“독재자 피해 나오는 이민자, 마두로와 손잡는다고 못 막아” 지적도

[카라카스=AP/뉴시스] 27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국가정보국 본부 인근에서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가족들이 시위 중 풍선을 날리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지난 7월 대선 결과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대거 체포하며 탄압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2024.11.28.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선거 조작을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27일 마두로 대통령과 고위직 인사 21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의 석유 기업 임원들과 채권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마두로에 대한 최대 압박이라는 첫 임기 정책을 포기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트럼프의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집권 2기 외교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7월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야당 후보를 당선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마두로를 인정하는 대신 ‘이민자는 줄이고 더 많은 석유를 제공하게 하는 협상’을 타결하라는 것이다.

마두로는 선거 다음날인 6일 국영 TV 방송을 통해 트럼프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트럼프의 첫 번째 정부에서 그는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윈-윈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의 개인 리조트 마라 라 고에서 골프를 치고 다음 날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로 떠나는 것으로 유명한 공화당의 억만장자 기부자인 해리 사전트 3세 등 일부 사업가는 마두로 축출보다 그와 협상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주 사전트 3세가 설립한 플로리다 대기업의 일부인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의 선박이 베네수엘라의 아스팔트를 싣고 팜비치 항구에 도착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9년 초 제재를 가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첫 아스팔트 배송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허가가 있어 가능한 것으로 정책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전트 3세 등은 마두로와 협상하면 미국으로의 이주민 유입이 줄고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합의는 중국, 러시아 같은 적대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실용적인 접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우선 순위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의 사장이자 창립자의 아들인 사전트 4세는 “약 55마일 도로를 포장하기에 충분한 4만3000배럴의 고품질 저비용 베네수엘라 액상 아스팔트는 미국 납세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이런 아스팔트는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 경제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한다.

미국으로의 석유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항공 운송도 수용해 트럼프의 주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의 경제 정책 실패, 부패, 인권 침해로 인해 약 800만 명의 엑소더스가 일어나 이중 약 70만 명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와 전직 외교관들은 경제 제재로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는 데 실패했고,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를 더욱 황폐화시켜 이주민 유출을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내년 1월 10일 마두로의 3번째 6년 임기가 시작되면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다음달 1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서반구 문제를 담당한 전직 공화당 의회 고문 아나 로사 퀸타나는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에 베네수엘라에서의 이주와 마약 유출을 억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했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한때 살인의 온상이었던 카라카스가 안전하다고 자주 언급했고, 미국 대선에서 지면 그곳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농담까지 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180도 전환을 허용할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트럼프가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정책 전환에 대한 희망은 타격을 입었다고 WSJ은 전했다.

루비오는 오랫동안 마두로와 아메리카의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강력한 국제적 압력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루비오 외에도 트럼프의 정권 전환팀에는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마두로에 적대적인 인물들이 적지 않다.

워싱턴에 망명해 있는 베네수엘라의 전직 국회의원 데이비드 스몰란스키는 마두로와 손을 잡는다고 이민 흐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하더라도 잔혹한 독재 정권, 마두로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이 도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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