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전요셉씨 3살 딸 신경계 근육 희귀질환
여아 5000만명당 1명꼴…국내엔 약도 없어
미국 치료비 46억원, 부산~서울 '후원의 걸음'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딸이 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제 시간은 그때로 멈춰 있어요. 어떤 슬픔도, 절망도, 낙심도 가질 여유가 없거든요. 아픈 딸을 위해 걷고 또 걷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충북 청주의 시골교회 목사 전요셉(34)씨에게는 세 살배기 딸 사랑이가 있다.
신경계 근육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DMD·Duchenne Muscular Dystrophy)'을 앓는 중이다.
DMD 환자는 근육이 점점 퇴화해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자가호흡이 힘들어진다. 대부분 30대에 이르러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병이다.
주로 남자아이에게 발병하지만 드물게 여자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남아 3500명 당 1명, 여아 5000만명 당 1명꼴로 걸리는 이 병이 올해 5월 사랑이에게 찾아왔다.
"근육 세포가 많아 살아 있는 4~5살 때 치료받아야 효과가 있다고 해요. 사랑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 남짓이지만, 그때까지 치료제의 국내 도입도 확실하지 않고요"
우리나라에서 DMD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 없어 국내 환자 대부분은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치료제가 승인된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가 46억원에 달한다.
신도 25명 남짓의 시골교회(흥덕구 옥산면 오산교회) 목사인 전씨는 사랑이 후원을 위한 국토대장정을 결심했다. 국민 1명이 1만원씩, 46만명이 후원하면 사랑이를 치료할 수 있을 거란 기적을 꿈꾼다.
지난 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첫 발을 뗀 그는 하루 40㎞씩 걸어 20일 청주 상당교회를 지났다. 29일에는 서울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씨는 매일 길을 걸으며 SNS로 일상을 전하고, 후원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저는 지금이 제 생애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지치고 힘든 날도 있지만 곳곳에서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씨도 희귀병을 앓는 상태다.
2022년 5월 집 화장실에서 피 2ℓ를 흘려 저혈압 쇼크 증상으로 쓰러졌다. '캡슐형 용종'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직장에 다발성으로 용종이 생기는 질병이다. 6개월에 한 번씩 내시경 시술을 통해 용종을 떼야 한다.
교통사고로 4번의 수술을 받아 양쪽 무릎 연골판을 제거했고, 현재도 연골연화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넉넉하지 않은 재정 상황, 좋지 않은 건강 상태에도 그는 사랑이에게 기적을 안겨주기 위해 내일 또 걸음을 이어간다.
"사랑이 치료를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기적을 위한 저의 긴 여정에 동행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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