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예약 26억유로…시장 전망치 절반 못미쳐
반도체 생산업체 투자 감소…"회복 더디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의 주문 감소는 곧바로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투자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ASML의 최근 장비주문량은 특히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ASML은 15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매출 74억6700만 유로(약 11조원), 순이익은 20억7700만 유로(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지만 순예약이 26억 유로(3조8000억원)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6억 유로(8조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ASML은 중국 매출 감소 전망을 이유로 올 4분기와 내년 실적 가이던스를 더 낮췄다.
회사 측은 "2025년 순매출은 300억~350억 유로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 금액은 이전 가이던스 범위 하단의 절반에 그친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른 부문은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공장 건설 문제로 EUV 장비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ML의 이 같은 사업 침체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사와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인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지연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고, 관련 장비 주문도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잠정 실적을 발표한 바 있는데 상당 부분 반도체 사업 부진 영향이 작용했다. 실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송구하다"며 공개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3분기 파운드리에서만 5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낮은 수율(양품비율)에 발목을 잡히면서 빅테크 주문 수주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ASML 실적발 충격으로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또 다시 하락하고 있다.
당사자인 ASML은 16% 넘게 폭락했고, 최고점을 목전에 뒀던 엔비디아는 4.5% 이상 급락했다. 이밖에 AMD, 브로드컴, TSMC, 마이크론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오전 현재 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3%대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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