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한 갈등에 뒷전으로 밀리는 민생 현안 논의

기사등록 2024/10/14 13:59:58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언제부터 대통령이 당 대표와 일정을 조율했나." "남북 정상회담도 아니고…."

요즘 용산에서 '한동훈 대표'를 언급하면 딱히 좋은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껄끄러워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관계가 참모들에게도 투영된 듯하다.

올초 부터 불거진 '윤-한 갈등'이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날짜까지 확정됐던 만찬이 '추석 민심 청취'가 먼저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연기됐고, '독대 요청 방식' 논란 속에 다시 마련된 만찬에서는 그 흔한 '덕담 건배사'도 없었다고 한다.

우여곡절끝에 재보궐선거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공개활동 자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의 공개 발언을 이어가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독대를 앞두고 한 대표가 왜 분위기를 더 어렵게 만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용산에서 들린다. 무엇을 논의할지보다 '할지' '말지'가 더 주목받는다.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하루하루 쌓여가는 국민들의 피로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윤·한 갈등이 길어지면서 당정 간 정책 현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정부·여당·대통령실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 1회 정례화하자고 제안, 자리를 잡은 듯했던 고위 당정협의회가 한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서는 4주 만인 8월18일에서야 처음 열렸다. 그다음 주에 한 차례 더 열리며 정례화되는 듯했던 이 회의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를 요구하며 용산과 각을 세우기 시작한 직후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원포인트 고위 당정이 지난달 열리는 등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있었으나, 여러 국정 현안을 신속하게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닫혀있는 셈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자리가 생겨도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달 윤 대통령 초청으로 한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들이 용산에서 만찬을 했을 때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관련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관심이 식었다고 말하는 건 지나칠 수 있겠지만, 만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는 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이는 동력 약화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의료·노동·교육·연금개혁, 저출생 극복 등 3년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안들이 쌓여있다. 자영업자를 검색하면 따라붙은 연관 키워드가 '실업급여'와 '폐업'이고, 직장인들은 월급 빼도 다 올랐다며 울상이다. 남북 관계는 단절을 넘어 충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로서 감정적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무엇이 우선인지를 먼저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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