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의 기적…4개월전 호암상은 이미 인정했다

기사등록 2024/10/11 09:43:39

지난 5월 호암상 예술상 수상…이재용 회장 축하

소설가 수상은 2013년 이후 처음

한강 "서두르지 않고 계속 걸어가겠다" 밝혀

[서울=뉴시스]삼성호암상 수상자들과 행사 참석자들이 5월31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회봉사상 제라딘 라이언 아일랜드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수녀, 의학상 피터 박 하버드의대 교수 부부, 랜디 셰크먼 UC버클리 교수,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공학상 이수인 워싱턴대 교수, 예술상 한강 소설가,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킴벌리 브릭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고 남세우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 대리 수상, 배우자),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혜란 다윈 뉴욕대 교수 부부. (사진 = 호암재단) 2024.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4년 만에 한국에 두 번째 노벨상을 안긴 소설가 한강이 4개월 전 삼성 호암재단이 주관하는 호암상 예술상을 받았던 사실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한강에게 호암상 예술상을 준 호암재단은 2013년 이후 11년만에 소설가에게 이 상을 시상한 것으로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의 선견지명 같은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작가 한강은 지난 5월31일 열린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예술상을 수상했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정했다.

▲과학상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으로 시상하며 각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회장 취임 후 매년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직접 격려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호암재단은 당시 한강 작가의 수상 배경에 대해 노벨위원회와 일맥상통한 입장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호암재단은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슬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들을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과 독특한 작법으로 처리했다고 평했다. 호암재단은 이어 한강이 미적 승화의 수준까지 끌어낸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라며 호암상 수상 이유를 밝혔다.

호암재단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의 면면이 된 한강 소설들도 일찌감치 그 문학성을 인정했다.

호암재단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영국 부커상,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소년이 온다', '흰' 등 많은 작품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한강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서정적인 문체와 숨막히는 전개로 풀어냈다"며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해외 비평가와 독자 마음까지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입지를 높였다"며 "인권, 여성, 환경, 평화 등 국제 사회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5월31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예술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 호암재단) 2024.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 작가의 수상소감도 눈길을 끈다. 한강은 특히 이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소설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실 역할을 한다는 문학관을 피력했다.

한강은 "글을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다"며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론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걸어가는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 주는 실"이라며 "아무리 내면적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해도 언어를 사용하는 한 그 사람은 세계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 30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게 때론 신기하게 느껴진다"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길 우회해 계속 걸어가보려 한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도 아들의 존재감을 지목했다. 그는 수상 소감 마지막에 "부모님과 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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