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유튜버 뻑가 '딥페이크 텔레방' 영상 논란
"호들갑 떠는 (여성) 글 퍼지고 있다' 등 발언으로 뭇매
해외 누리꾼들도 비판 동참 "왜 피해자를 비난하나?"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구독자 수가 119만명에 달하는 한 유튜버가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을 향해 '호들갑을 떤다'는 발언을 내놨다가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타인의 사진을 이용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범죄 행위가 전국으로 확산돼 있다는 사실인데, 이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사건을 공론화한 여성들을 비판하는데 주력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녀 갈등 구도를 부각하고 혐오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는 물론 해외의 누리꾼들까지 해당 영상 댓글창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유튜버 뻑가는 지난 26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중고대학생' 영상에서 최근 여성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스타그램에서 얼굴 사진을 다 내려라'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을 조롱했다.
그는 "막 이렇게 호들갑 떠는 글이 퍼지고 있다"며 "이 짤 올리고 퍼트리는 사람들 보면 이런 정보에 밀접하게 반응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부터 거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 재난 상황임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또 신나게 나와서 22만명 이렇게 선동하고 있다.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남혐(남성혐오)하려고 한다. 무슨 국가 재난이냐. 미쳐가지고"라고 맹비난했다.
뻑가는 텔레그램방 참여자 22만명에 대해 "저게 전 세계 사람들 다 모여 있는 단체방이다. 수치적으로 한국인의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전 세계에서 0.33%다. 22만명의 0.33%는 726명 밖에 안된다."라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은 이번 텔레그램방 가입자 22만명이 한국 남성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의도적으로 한국 남성과 여성의 갈등 구도를 유발하려 했던 건 뻑가 자신이었던 셈이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뻑가는 "이런 이슈에 이미 군사작전마냥 시스템이 딱 잡혀있다. 어떻게 선동해야 하는지, 숫자는 어떻게 과장해야 하는지 안다. 그래픽 디자인도 깔끔하게 만들어서 잘 퍼질 수 있게 하고, 여성 기자들, 여성 정치인들도 나와서 같은 소리로 선동한다. 외국 언론에도 발빠르게 제보하고, 좌표도 찍어서 댓글작업 하는 등 체계가 굉장히 잘 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돌 X순이들이 상대 X순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를 알고, 또 시간낭비에 굉장히 우호적이라서 훈련이 돼 있다. 이때다 싶어서 22만명이니 국가비상대책이니 X병을 떨면서 선동하는 여초(커뮤니티) 애들을 보니까 X같다"며 혐오적 발언을 쏟어냈다.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은 뻑가가 저격한 SNS 게시물 작성자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이 채널에 대한 신고에 나섰다.
SNS에서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여러 나라의 누리꾼들은 댓글창에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가해자를 비난하는 대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냐? 또 다른 수준의 망상이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인셀(Incel)들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한국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댓글이 각국의 언어로 잇따라 달리는 일도 벌어졌다.
뻑가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따라다니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 유튜버다. 가면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사이버 레커의 악랄한 범죄 행위가 공분을 사면서 이 유튜버에 대한 문제 의식도 커지는 모습이다.
뻑가는 지난 2019~2020년 유명 여성 스트리머 A씨를 조롱하고 공격하는 여러개의 영상을 통해 온라인 공격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스트리머는 사이버 불링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2022년 세상을 떠났다.
이에 한 시민은 지난달 26일 '국회 차원에서 얼굴 없는 사이버 레커를 강력하게 제재해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고, 해당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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