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시·도에 '초등의대반' 존재
초5~6에 고1 수학까지 선행수업
14배속 선행학습 중인 학원도
다수 논문 "선행학습 효과無, 미미"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이 사교육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한 교육시민단체가 전국 유명 학원가의 홍보물을 분석한 결과 약 140개의 '초등의대반'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인 선행 학습이 오히려 아동의 학습 능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회에서는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13일 전국 17개 시·도의 유명 학원가에 위치한 '초등의대반' 홍보물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는 실제로 초등의대반을 운영 중인 학원이 존재했다. 강남·서초 등 교육열이 과도한 일부에서만 이례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국 총 89개의 학원은 136개의 초등의대반을 개설한 상태다. 초등의대반을 홍보하는 학원은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0곳, 대구 10곳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에 위치한 학원들은 "대치동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원들이 의대반을 개설 중이다" "선행학습 연령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초등의대반의 수학 선행학습 프로그램은 학원마다 다르다. 적게는 6년에서 많게는 10년 수준의 교육과정을 5년 만에 끝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놓은 상태다.
다만 가장 보편적인 초등의대반 커리큘럼은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에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 선행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다. 선행 정도는 약 4.6년이다.
선행 학습의 속도는 '학습 범위 해당 이수 학년*12/학습에 걸리는 개월 수'로 계산한다. 한 강남 대치동의 의대프라임반은 초등학교 5학년을 상대로 6개월 동안 초1~고2 과정의 학습을 진행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이를 계산하면 정상적인 교육 과정보다 14배속으로 빠른 선행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뜻이다.
초등의대반에서 가르치는 내용에는 대학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제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사걱세가 초등의대반을 운영하는 학원 5곳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수학 교재 내용을 분석한 결과 대학 과정인 '가우스 기호' 등을 활용한 문제 풀이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선행학습이 실제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학교 외부의 선행학습 유발 요인 해소 방안 연구(2015)'에 따르면 선행학습 효과와 관련된 논문 11편 중 9편은 선행학습의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걱세는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해 학생들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배울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교육과정을 통해 규정하고 있는 반면 사교육의 경우 선행상품 판매에 대한 법률적 규정 자체가 부재한 실정"이라며 "단지 선행광고를 단속하는 일시적인 정부의 행정조치만으로는 이를 결코 고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초등의대반 방지법' 마련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미 공교육정상화법에는 학원 등에 대하여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선언적 조항으로 그치고 있다"며 '초등의대반 방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은 상태다.
강 의원은 학교급(초·중·고)을 넘어서는 선행 사교육 커리큘럼 운영와 레벨테스트 출제를 금지하도록 했다. 또 선행 사교육 광고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위반 사안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법안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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