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 발언 안 먹히자 우크라 외 사안 압박 능력 과시
강력한 우크라 지원국인 미국과 프랑스 선거 앞둔 발언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별개의 사안들에서 미국과 서방에 맞설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푸틴은 전술핵무기 훈련을 시작했으며 핵사용 독트린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가 많고 영토가 좁은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쉽게 유린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번 주에는 북한을 방문해 냉전시대 상호방위조약을 부활하면서 북한을 무장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다.
푸틴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이 ‘우리는 아무 것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서 “우리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한 뒤 아무 것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북한과 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내놓은 경고로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선이 새롭게 확대되고 있다. 푸틴의 경고는 우크라이나를 가장 강력히 지원해온 미국과 프랑스의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푸틴이 핵무기를 이외에도 서방을 압박하고 맞설 수단이 있음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책임자 알렉산데르 가부에프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첨단 군사 기술 지원 등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하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자신의 핵 위협이 먹히지 않자 한발 더 나아가 서방이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추구한다면 러시아가 “끝까지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핵위협을 한층 강화했다.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의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에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언급이 잦아지고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대응을 고조할 수단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푸틴 위협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한 고위 나토 당국자는 개인 견해라면서 나토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러시아의 핵태세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은 북한에서 핵무기 발사가 아니더라도 미국과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음을 과시했다.
푸틴이 북한을 무장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그의 대외 정책과 통치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푸틴은 이달 초 홍해에서 미국 함정과 항공기를 공격해온 후티 반군을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에 자문해온 익명의 한 전문가는 러시아의 서방에 대한 위협이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온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과 이란 등 미 적대국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이버 및 우주 공격의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미국안보센터(CNA)의 안드레아 켄달-테일러 선임 연구원은 의도치 않은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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