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 폐지 추진…與 법안 발의 이어 野도 의지 나타내
법 폐지 따른 소비자 차별, 제조시 규율 약화 등 부작용 지적도
선택약정 등 순기능 유지할 수 있도록 명시 필요성도 제기
20일 국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신속하게 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단말기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로 그 혜택이 국민께 돌아갈 수 있도록 논란이 많은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시행돼 온 단통법은 휴대폰 단말기 할인을 위해 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하고, 가입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유통망에서는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만 추가로 지원금을 줄 수 있다.
도입 당시에는 통신사간 경쟁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용자 차별을 줄이고 굳이 신규 교체 없이도 소비자들이 요금 할인(선택약정)을 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공존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었지만 논의되지 못했고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자동 폐기됐다. 그러다 최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단통법 폐지안과 주요 내용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재발의 했고, 이 대표까지 나서 단통법 폐지 입장을 밝히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민주당도 조만간 단통법 폐지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심도있는 논의 필요"…부작용 최소화하고 순기능 유지할 수 있어야
단통법 폐지안이 추진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논의가 절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비자 차별 문제나 선택약정 할인율 유지, 제조사의 불공정행위 규제 등에 대한 대응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에서 현안으로 부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들을 다룬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와 소비자 피해 증가, 요금·품질 경쟁 저하의 가능성에 대해 양측 입장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통법을 폐지하면 유통점이나 제조사에 대한 규율이 사라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지원금 경쟁으로 알뜰폰 사업자와 소형 유통점이 받을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유통점과 제조사에 대한 관리방안 모색과 함께 소비자 보호 규정을 유지하고 추가적인 보호수단 도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판매점 관리 의무와 같은 소비자 보호 규정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지원금 경쟁으로 알뜰폰 사업자와 소형 유통점이 받을 영향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단통법 폐지로 알뜰폰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단통법이 폐지되면 알뜰폰 이용자의 절반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선택약정 제도는 단통법의 순기능이었던 만큼 계속적인 유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선택약정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요금할인 제도로, 할인율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의 규모를 기반으로 산정한다.
단통법이 없어지면 지원금 공시가 없어져 할인율 근간이 사라진다. 현재 단통법 폐지안과 함께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도 선택약정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기존처럼 지원금에 상응하는 규모로 할인율이 책정되기 어려운 구조다.
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자칫 이통사만 지원금 규모와 선택약정할인율의 결정권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며 “이용약관에 선택약정 할인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규정을 도입하고 단말기 제조사가 지원금으로 불공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겸임교수는 “제조사에 대한 규제를 배제하면 봐주기 의심이 나올 수 있고, 또 가성비 좋은 국내외 단말기의 유통 활성화가 어렵게 된다”며 “정보력이 취약한 계층이 불이익을 받는 등 이용자간 차별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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