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창원 공연 마치고 음주 인정
위약금 고려한 전략이었나 비판도
법조계 "구속 수사 피하기 위해 입장 선회"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갑작스럽게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로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찰 수사에 일단 협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그간 음주 사실을 줄곧 부인해오던 김씨는 19일 사과문을 내고 음주를 인정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며 "저는 음주 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도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향후 공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이후에도 고양과 창원에서 예정된 콘서트 일정을 소화했다. 뺑소니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연을 취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음주 사실을 부인한 채 공연을 강행한 것이다. 이후 콘서트가 끝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사과와 범행 인정이 위약금을 고려한 전략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울러 경찰이 김씨의 동선을 추적하고 술자리 동석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자신의 음주 정황이 확실시되자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돌연 자백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엔터 분야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보도를 통해 피의자의 동선이 다 공개됐다. 더 이상 부인하다가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분위기가 되니 수사에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며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 공연 주최사에게 물어야 하는 위약금만 보통 수십억원대가 된다. 공연을 강행하기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구속 심사에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등의 요건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미 소속사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정황도 상당히 드러난 상황에 음주를 계속해서 부인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공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음주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_김호중&프리마돈나'의 공연에서도 취소표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불러 조사한 뒤 진술과 그간 확인된 음주 정황 등을 토대로 김씨의 혐의를 확정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수사 기법이다.
김씨가 사고 발생 전 골프장, 식당, 유흥주점에 들러 주류 등을 주문한 정황이 나온 만큼, 이곳에서 얼마나 음주를 했는지 음주량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경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음주 추정치가 산정된다고 해도,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에서 김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현재 김씨의 출석 일자를 조율하고 있으며, 조만간 소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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