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법원 판단 2라운드…정부 또 '승'(종합)

기사등록 2024/05/16 18:20:02 최종수정 2024/05/16 22:02:53

항고심 재판부, 집행정지 신청 '기각' 판결

법원 "신청인 적격 있어"…1심과 달리 판단

"의대생 측 손해보다 정부 정책 옹호해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2일 서울 시내의 의과대학 모습.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까지 의과대학(의대)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이 의대 정원 증원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2024.05.1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박현준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항고심에서도 재판부가 의대생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고심 재판부는 의대생 측의 손해보다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올해 의대 증원이 현실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대생이 제3자라 하더라도 의대 증원 처분에 대해 '당사자 적격' 즉, 다툴 권리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보다, 이 사건 집행정지로 의료개혁 등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나,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돼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청인 측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제1심의 원고 적격 없음을 파기하고 원고 적격을 인정한 점, 나아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긴급성을 인정한 점에서 의료계의 승리이지만 정부 측의 공공복리를 우선시한 점에서는 정부의 승리로 일단 무승부라고 평가한다"며 "서울고법의 결정문을 검토한 후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교수와 의대생 등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설시하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는 심문 과정에서 '다툴 자격'을 문제 삼았던 기존 재판부와 달리 정부 측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 등을 요청하며 정부 정책에 제동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심문에서 "(의대) 증원이 늘어날 경우 대학 총장이 (법적으로) 다툼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며 "그렇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할 때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 한다고 일사천리로 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며 "법원의 결정 전에는 (증원 처분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지 말아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정부의 추가 제출 자료를 모두 검토했음에도 1심 결정과 같은 판단을 유지함에 따라 정부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처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 교수와 정부 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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