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해 의대 증원 50~100% 자율모집 허용"
"사태 해결 과학적 근거 규모 산출 원점 재논의뿐"
"증원규모 축소 무의미…전공의·의대생 안 돌아와"
19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유지하되, 내년도에 한해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이기로 했다. 애초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1000~2000명 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가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은 내년도 입학 정원에 국한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두 달 가량 이어지고 있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정부 발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서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건의한 것을 보면 2천명이라는 의대 증원의 근거 자체가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고,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보건의료 정책을 어설프게 추진했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국립대 총장들이 교원 확보의 어려움 등 교육 여건이 미비하다며 의대 증원 축소를 건의했다"면서 "결국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이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계가 주장해온 원점 재검토가 합리적인 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그대로라고 밝혀 협상의 여지는 더 없어졌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이번 의대 증원 조정은 내년에 한해서이며 2026학년도, 2027학년도에는 얼마든지 정원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1년 유예는 안 된다고 재차 밝혔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점 회귀 외에 숫자의 조정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통령실은 '숫자 조정으로 협의가 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사항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까운 시간만 허투루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처음부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책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50% 줄이든 60% 줄이든 의미가 없다"면서 "전공의나 의대생들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학적 특성, 인구 집단의 건강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이나 진료 축소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수술과 진료를 대폭 줄여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곤 있지만 이미 한계에 달한 지 오래"라면서 "오늘 총회를 열고 신규환자 진료를 지금보다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니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에서 급하게 탈출 전략을 세우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가지를 요구해왔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대학들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과 의대 학장들마저 무시한 일방적인 증원의 모순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면서 "의료개악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맥을 끊고, 세계 최상의 한국 의료를 파탄낸 정부가 구조 개혁과 원점 재검토 없이 뒤늦게 어설픈 봉합을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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