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칩 '블랙웰' 공개…"플랫폼 기업 도약"

기사등록 2024/03/19 13:38:22 최종수정 2024/03/19 14:03:29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B200과 슈퍼칩 'GB200' 등 공개

고가 논란에 '플랫폼' 기업 전환으로 시장 수성 나서

평가 엇갈려…'고성능 칩 수요 증가' 삼성·SK하닉엔 긍정적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차세대 AI 반도체를 선보이며, 고객 다잡기에 나섰다.

AI 반도체의 고가 논란으로 곤경에 처했던 엔비디아는 이날 단순히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반도체 해자(垓字)가 더욱더 강력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공개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2년 전 출시한 호퍼(Hopper) 아키텍처의 후속 기술이다. 게임 이론과 통계학을 전공한 수학자이자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입회한 데이비드 헤롤드 블랙웰(David Harold Blackwell)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황 CEO는 "생성형 AI는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기술"이며 "블랙웰 GPU는 이 새로운 산업 혁명을 구동하는 엔진"이라고 소개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비싼 제품 가격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AI 개발 경쟁이 '쩐의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며, "(AI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의) 마진 축적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했을 정도다. 가격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반도체 생산 차질로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너제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1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 GTC'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4.03.19.

◆"블랙웰은 플랫폼" 엔비디아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 선언
황 CEO는 이번 행사를 통해 "블랙웰은 칩(Chip)이 아닌 플랫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새 AI 칩인 블랙웰 B200은 2080억 개 트랜지스터가 집약된, 역대 GPU 중 최대 크기다. 전작 B100 대비 AI 학습 속도가 최대 5배 빨라졌다. 그러면서도 전력 대 성능비는 25배 개선했다.

엔비디아는 새 칩 공개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가 제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와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개했다.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은 두 개의 엔비디아 B200를 엔비디아 그레이스 CPU에 연결한 칩이다. GB200 총 36개를 합쳐 총 72개 GPU를 탑재한 'NVL72 슈퍼팟'도 이날 함께 소개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 퀀텀-X800 인피니밴드(Quantum-X800 InfiniBand), 새로운 네트워킹 스위치 스펙트럼-X800 Ethernet(Spectrum-X800 이더넷) 플랫폼 등도 현장에서 공개됐다.

황 CEO는 "놀라운 프로세서, NV 링크, NV스위치, 네트워킹 시스템 및 시스템 설계가 블랙웰 플랫폼"이며 "이것은 기적이며, 내 마음 속의 GPU"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대규모 양산해 이달 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사진 = 업체 제공) 2024.03.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쟁 치열 vs 시장 독주…시장 평가는 엇갈려
다만 기조 연설 이후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는 중이다. 이날 상승 마감한 엔비디아의 주식은 기조연설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하락 중이다. 고가 논란으로 고객사가 이탈하고 AMD, 인텔 등 후발 업체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칩 성능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가 제품 가격을 밝히지 않은 점도 있다. 시장에서는 개당 가격이 기존 H100보다 최소 1만달러 이상 더 비싼 5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신 등은 중국 수출 규제를 받는 '호퍼'보다 첨단 기술을 적용해 현지 판매에 제약이 있을 거란 점도 거론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해자가 견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에 주목하는 시선이다. 이번에 엔비디아는 AI를 도입하려는 고객들에게 엔비디아의 사전 훈련된 모델 혹은 최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NIM'(NVIDIA Inference Microservice),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은 고객들에게 위해 이를 직접 구현해주는 'AI 파운드리 서비스' 등을 함께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신제품 출시에 앞서 아마존(Amazon),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구글(Google),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픈AI(OpenAI), 오라클(Oracle), 테슬라(Tesla) 등 많은 기업이 블랙웰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고성능 반도체 수요 견조…삼성·SK하닉에도 긍정적
우리나라 메모리 업계도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사진 = 업체 제공) 2024.02.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고가 논란에도 고성능 반도체 시장 수요가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엔비디아 신제품은 메모리 용량이 192GB으로, 8단 HBM3E 24GB가 8개 장착된다. 지난 2020년 5월 출시한 A100 40GB 대비 용량은 5배, HBM은 3개가 늘었다. 세대가 진화할수록 가격도 뛴다.

반면 HBM은 현재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키노트 이후 고객사 납품을 위한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앞서 업계 최초로 12단 32GB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히며,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매출이 168억달러로, 전년 43억달러 대비 4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8.4%에서 20.1%로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로 HBM 고성능, 고용량화가 지속되면서 관련 시장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여 메모리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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