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의사들' 2~3개월? 6개월? 1년?…환자 고통만 장기화

기사등록 2024/02/22 05:30:00 최종수정 2024/02/22 06:30:11

정부, 파업 장기화되면 비상체계 2단계 준비

법무부 "불법 집단행동 강제수사·기소 원칙"

복지부 의협 비대위원장 면허 정지 사전통지

의협 "정부 무리한 겁박…어떤 희생도 감수"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내 순서는 언제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를 감싸안고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2024.02.21. kmn@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가 날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진료·수술 취소 등 환자들의 고통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6개월, 1년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의료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집단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해 구속수사와 기소 등 강도 높은 사법 조치를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2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 파업 이틀째인 지난 20일 기준 전공의 70%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60% 이상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집단행동이 전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도 적다"며 협상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고, 의사단체는 "지금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사태가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일 MBC 100분토론에서 의대 증원 찬성 측 패널로 출연해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회장은 같은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이 사안이 1년 이상도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장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전공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결국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전임의 등 인력의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집단행동에 의한 수술 취소, 진료 연기 등 피해 신고는 지난 19~20일 이틀 간 누적 92건이 접수됐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1단계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한다. 군병원은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경증·비응급 환자는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하거나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는 '비상진료정책지원금' 명목으로 추가 보상을 실시하고 응급의료 전문의에 대한 진찰료 수가는 한시적으로 100% 인상해 2배를 지급한다.

예상보다 전공의 파업 사태가 더 길어지더라도 정부는 2~3주보다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비상진료체계 대응이 유지되도록 가용한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로 전문의·전임의 등의 업무가 과중해지지 않도록 공보의 등 외부인력을 각 의료기관에 투입해 버티기에 들어간다.

아울러 아직 법적 근거가 미비한 비대면진료를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전면 확대하고 진료보조인력(PA)까지 활용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2단계 가동 시기는 미정으로, 정부는 종합적인 의료 위기평가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1일 서울의 한 공립병원 모습. 2024.02.21. kkssmm99@newsis.com
정부는 집단행동에 참여한 전공의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압박 강도를 한층 높였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는 전날 합동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집단행동의 주동자에 대한 강제수사, 기소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의료법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한다는 방침이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와 가족에게는 형사상 법률 지원 외에 민사상 법률상담, 피해구조 등을 지원사격하는 방법으로도 우회적인 압박카드를 쓸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앞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에 대해 의료법상 단체행동 교사금지명령 위반 명목으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한 상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아직 고발한 사례는 없지만 중간 과정에 해당하는 불이행확인서가 징구된 상태다.

박 2차관은 "(의사들은)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압박, 겁박이라면서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 환자 진료에 차질이 벌어진 것은 압박이 아니냐"며 "사람 목숨을 갖고 그러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다만 대화를 통합 협상과 중재 없이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 사태 장기화를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사표현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법률상 근거도 없는 무리한 겁박을 감행하고 있다"며, "이번 면허정지 처분은 투쟁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이다. 투쟁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며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저지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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