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범행동기 '정치적 신념'…"치밀하게 준비"(종합)

기사등록 2024/01/10 16:43:35 최종수정 2024/01/10 18:07:40

이재명 습격범 "李, 대통령 되는것 막기 위해 범행"

"재판 연기 등 이 대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 불만"

"특정 세력에 공천 줘 다수 의석수 확보 못 하도록"

경찰 "자신의 정치적 신념, 극단적 범행 이어진 듯"

"배후세력 없는 듯…작년 6월부터 일정 5차례 답사"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흉기 습격 사건과 관련해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1.10.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권태완 김민지 기자 = 부산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해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모(67)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이재명 대표 습격' 사건 관련 9일간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씨의 범행 동기는 자신의 정치 신념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 재판이 연기되는 등 이 대표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곧 있을 총선에서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살해를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변명문에 담긴 범행동기…李대표·진보에 대한 혐오 드러내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체포된 60대 남성 A씨가 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 마련된 수사본부로 압송되고 있다. 2024.01.02. yulnetphoto@newsis.com

범행을 결심한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범행 동기 등을 담은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의 '변명문'을 작성했다.

변명문의 실체는 지난 4일 김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이 '이 대표를 왜 찔렀나'라고 묻자 "8쪽짜리 변명문을 경찰에게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변명문이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된 글이며 경찰에게 제출한 것이 아닌 범행 당시 김씨의 외투에서 압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작성한 변명문에는 "사법부 내 종북 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이 대표를 단죄하지 못하고 곧 있을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화된 세력들에게 국회가 넘어간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좌파세력들에게 넘어가게 되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 이러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김씨의 변명문은 총 7446자로 구성됐다. 문장 전개가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자신이 작성한 변명문을 우편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지인인 A씨에게 전달하며 범행에 성공하면 7곳, 실패하면 김씨의 가족 주소지 등 2곳에 발송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김씨는 주거지 인근인 충남 아산시 배방동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 우체통을 물색한 뒤 특정 우체통을 통해 자신의 변명문을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가 이번 범행에 실패하자 A씨는 김씨와의 약속대로 우편봉투 5개를 폐기했고 나머지 2개는 김씨의 가족들에게 발송했으나 가족들에게 우편이 전달되기 전 경찰에 압수됐다.

현재 경찰은 김씨의 변명문 발송을 도운 A씨도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김씨가 범행을 실행할 것을 미리 알고도 막지 않고 오히려 도우려고 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장소에는 김씨의 주장과 달리 CCTV가 있었다"며 "A씨가 우체통에 우편봉투를 넣는 모습도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을 실패했기 때문에) A씨는 김씨의 부탁에 따라 5편의 우편을 찢어서 폐기했다"며 "폐기된 우편의 정확한 발송지는 현재 김씨의 진술로만 특정할 수 있기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범행 위해 흉기 개조하고 플래카드·머리띠 만들어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옹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 2024.01.02. yulnetphoto@newsis.com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을 통해 10만원 상당의 해외 제조사 흉기를 구입해 범행에 용이하도록 개조했다.

김씨는 흉기의 칼등과 칼날 부위를 칼갈이로 예리하게 갈았고 기존 손잡이 부위는 일부 제거해 테이프로 감았다. 이후 흉기를 종이에 감으며 손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뒤 흉기의 날카로운 끝 부분만 종이 너머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당 흉기의 칼날은 13㎝, 손잡이 부위는 5㎝로 총 18㎝다.

또 김씨는 이 대표 지지자로 가장해 이 대표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응원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와 머리띠를 제작했다.

김씨는 범행 당시 플래카드 밑에 개조한 흉기와 사인 요청을 위한 펜을 움켜 쥐고 있었다. 그는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가까이 접근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의 범행으로 이 대표는 좌측 목 부위가 찔려 자상 1.4㎝, 내경정맥 9㎜의 손상을 입었다.

경찰은 "흉기 관련 각종 의혹이 있는데 범행 당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종이 사이로 흉기의 특정 모양과 윤곽이 노출되며 범행 이후에도 흉기의 형태가 변형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흉기가 당시 이 대표가 입고 있던 상의의 옷깃 부분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피부에 가해졌다면 심각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플래카드, 머리띠의 제작 시기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심 숨기고·현금만 사용…치밀한 범행 정황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본 뒤 흉기 피습을 당해 쓰러져 있다. 2024.01.02. yulnetphoto@newsis.com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범행 당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따라 다니며 범행의 기회를 엿봤다.

경찰은 범행 전날인 지난 1일부터의 김씨의 세부 동선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40분께 충남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50분께 봉하마을에 도착한 김씨는 모르는 사람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오후 4시께 양산시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이후 울산역에서 KTX를 타고 오후 6시께 또다시 부산역에 도착한 김씨는 강서구 가덕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였다. 가덕도에 도착한 뒤 또 다른 시민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경남 창원의 한 숙박업소에 도착, 숙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동선 관련, 봉하마을은 1일 이 대표가 방문했던 곳이고 평산마을은 2일 가덕도 일정 이후 이 대표가 방문하기로 예정된 곳이었다.

김씨를 태우고 이동을 도운 두 사람은 각각 이 대표의 지지자와 가덕도 주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동 과정에서 김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충남 아산역 지하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한 뒤 휴대전화와 지갑을 두고 이동했다. 그는 또 자신의 휴대전화 유심과 SD카드를 제거해 주차장 인근 빗물 배수관 뒤쪽에 테이프로 붙여 숨겼다.

부산에 도착한 이후 김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현금만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는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정당 누리집을 통해 확인한 뒤 개조한 흉기를 소지하며 범행 기회를 수차례 엿봤지만 경호가 엄중하거나 접근하기 여의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범행을 시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김씨는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신공항 부지를 본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틈을 노려 '사인 해달라'고 접근한 뒤 이 대표의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가 김씨의 진술과 심리를 분석한 결과 사이코패스 지수는 정상 범위이며 정신 질환 관련 이상 징후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이 대표 외에 다른 정치인에 대한 공격성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도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는 그간 보수성향의 유튜브를 주로 시청했다"며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남기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고 공공의 이익과 범죄 중대성 부분이 공개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 당적의 경우 현행법상 공개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mingya@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