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광화문 궐기대회…"의대 정원확대, 국민부담 될 것"

기사등록 2023/12/17 17:17:05 최종수정 2023/12/17 17:55:29

이필수 의협회장, 대통령께 드리는 글 통해 주장

"의사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 진료비 커질 것"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근무 환경 개선 등 제시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2.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특히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변호사 증원과 달리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17일 이필수 회장 명의로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변호사와 달리 의사는 늘어난 만큼  현 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보 진료비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며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모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지만, 건보 가입자인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에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서비스인 건강보험 의료서비스는 의사가 크게 늘어난 만큼 건보 진료비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정원 확대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와 곧잘 비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형들 증원 맛 좀 보라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인증한 글쓴이는 "전문직 증원이라는 건 아예 그 직업의 하방을 삭제해버리는 파멸적 수준이 아닌 이상 무조건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집계를 보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매년 늘어 2020년(1768명)을 시작으로 매년 1700명이 넘는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실제로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나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확실한 정책 마련 없이 무작정 의대정원을 늘릴 경우 국민 의료비를 폭증시킬 것이며 이는 결국 건강보험재정 파탄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국내 과학발전의 불균형 심화를 가져올 것이라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의대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증원할 경우 규모가 커진 의과대학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우수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쏠림현상과 불균형은 결국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며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점점 줄어드는 인구에 의사만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등의 다른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 보다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의협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회 종료 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가두 행진이 예정돼 있었으나 주최 측은 한파를 이유로 행진을 서울역까지만 진행했다. 이필수 회장 등 임원진만 용산으로 이동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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