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역 일정이 부쩍 늘어나면서 '총선 등판설'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한 장관의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험지 출마 등에 '한동훈 카드'를 활용하기보다 선대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겨 선거판 전체를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아가 아예 불출마 압박을 받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대신하는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지도부 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입장에서는 한 장관의 필요성이 있으니 데리고 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의 의사가 먼저 나와야 한다"며 "예를 들어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고, 출마하지는 않지만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또 거기에 맞춰서 역할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한동훈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도부 내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야권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과의 대비 효과로 한 장관이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간 법무부 수장으로 '대야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만큼 총선 국면에서도 야권의 대항마로 활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수도권에서 분위기를 끌어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론을 꺼내면서 대구판을 흔들려고 하는데, 한 장관이 잠깐 대구에 갔던 것만으로 그 뉴스가 다 꺼져버리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한 장관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등 이른바 '스타 장관' 차출론이 번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장관급 인사들의 대거 출마는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이기도 하다.

다만 다른 장관에 비해 선거 경험이 많지 않은 한 장관의 경우 지역구 출마보다는 비례대표에 배치하고 선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이미 보수 지지층의 팬덤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서울·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당의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비례든 아니든 간에 한 장관의 대구 방문에서도 봤지만 국민적 기대 또는 관심 이런 인지도가 있어서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면 훨씬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맡기는 것도 당 지도부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선대위 공동본부장이든 최고 격전지라고 평가하고 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수도권에서의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한 장관에게 기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대위론'도 제기된다. 현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 한계가 있으니 한 장관 중심의 비대위가 꾸려질 것이라는 관측인데,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준석 전 대표는 얼마 전 한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당에서 역할을 하려면 상당한 지위를 가진 역할로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최근 중진과 윤핵관을 압박하는 모양새의 이유는 앞에 카펫 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고, 결국 1~2주 시한 내에 김기현 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만지작거리는 '한동훈 카드'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황태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 장관의 정계 진출이 중도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이 큰 파급력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나와 "국민들이 지금 벼르고 있는 것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윤석열의 아바타' 한 장관이 나서면 정권심판론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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