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인생처럼 삼세판…'하이픽션' 방주호[인터뷰]

기사등록 2023/11/10 04:01:00

내리막길 걷던 공개 코미디 포기하고 유튜브로

두세차례 실패 겪으면서 끝내 성공한 '하이픽션'

방주호 "개콘 시절보다 더 많은 분 알아봐 주셔"

"개콘처럼 다른 사람 평가 과정 안 거쳐서 좋아"

"'나'라는 캐릭터 자체도 사랑 받는 채널 되고파"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코미디 유튜버 하이픽션의 방주호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0.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공개 코미디 자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느꼈어요. 당시 막내였던 제 눈에도 공개 코미디가 죽어가고 있는 걸 눈에 보이는데 '내가 여기에 목을 매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저는 개그 짜고 연기하고 사람 웃기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개그의 연장선 느낌으로 좀 더 빨리 유튜브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거의 1등으로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약 3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케치코미디 유튜브 채널 '하이픽션'의 방주호(29)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개그콘서트에선 막내였지만, 개그맨 중에선 가장 빨리 유튜브 판에 뛰어든 축에 속한다는 방주호. 그는 KBS 31기 공채 개그맨 출신의 유튜버다.

사람들이 사실만을 말하는 모습을 상상한 '거짓말 없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위계질서 문화를 풍자한 '똥군기', 조폭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그린 '조폭 여친' 등의 시리즈물이 '하이픽션' 채널의 대표 콘텐츠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은 지난해 7월 올린 '나 꼬시고 싶어? [거짓말 없는 세상]'과 올해 6월 올린 '숏박스 구독 안 한 새X 누구냐??'다. 두 영상은 각각 조회수 360만회와 255만회로 집계됐다.

현재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조회수 100만회가 넘는 영상도 수두룩할 정도로 유튜브 채널을 키웠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만큼은 자신 있던 그 역시 실패의 쓴맛을 겪으며 성장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코미디 유튜버 하이픽션의 방주호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0. kch0523@newsis.com
방주호는 "사실 ('하이픽션'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 채널 2~3개 더 했었다"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빠져 제가 장사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채널 '94일생'이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선행을 베풀며 더빙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든 채널 '따뜻한 남자들'이었다. 남들과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 색다른 콘텐츠를 진행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생은 삼세판'(세 번 안에 승부를 끝내는 것)이란 말마따나 유튜브에 '마지막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스케치 코미디 채널 '숏박스'를 모티브로 한 '하이픽션'이었다.

그의 목표는 구독자 50만명 달성이었다.

방주호는 "목표를 따로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목표 구독자 수는 50만명이었다"며 "'이거 안 되면 나 그냥 (개그) 그만둬야겠다. 그냥 뭐라도 조금이라도 빨리해야겠다'는 다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그'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궤도에 안착한 방주호는 개그콘서트에서 활동하던 시절과 유튜버로서의 삶의 차이점으로 유명세와 자유로움을 꼽았다.

그는 개그콘서트 시절과 현재의 차이점에 대해 "(지금은) 더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며 "왜냐하면 제가 개그맨 때는 정말 아무도 몰랐고 그냥 무명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고 가끔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더 자유롭게 눈치 안 보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며 "(콘텐츠) 검증을 바로 사람들한테 받을 수 있기에 내 개그를 다른 사람의 평가 과정 같은 걸 안 거쳐서 할 수 있다. 그냥 다이렉트로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바로 '이거 안 웃기구나'하고 빼고 더 재밌는 걸 찾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유튜브 활동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방주호는 "기뻤던 순간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다"며 "내가 꿈에 그리던 개콘을 밟고서도 못 누려봤던 그런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줬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무서웠던 점은 악플이다"며 "사실 저도 신경을 안 쓴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면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인다. 그런 거 보면서 '진짜 더 유명한 연예인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코미디 유튜버 하이픽션의 방주호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0. kch0523@newsis.com
처음 세운 목표인 구독자 50만명 달성에 다다르고 있는 '하이픽션' 채널. 방주호는 이제 자신의 캐릭터 자체를 사람들에게 알리길 원한다.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일단 여전히 구독자 50만명이다"며 "또 '피식대학'이나 '핫소스' 채널을 보면, 사람들이 채널 자체 콘텐츠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캐릭터이고, 채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떠올리면 제 채널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키우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팬들을 향해 "항상 재밌는 영상으로 보답하는 게 제 일이라 생각해서 어깨가 많이 무겁기도 하다"면서도 "그렇지만 항상 더 재밌는 걸 보여줘야 된다는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 볼 테니까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좋아요'와 '구독', '알람 설정'. 구독자 여러분은 그것만 해주시면 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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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yoshi1207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