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퇴직자 8명 채용토록…연구실적 없어
"사업비 지원주체 요구 거절 어려웠을 것"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출연금 출자 기관에 자사 퇴직자 총 8명을 채용하도록 추천한 것이 투명성을 저해했다며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 3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급하는 출자기관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에 따르면 한수원은 출연금 출자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지난 2012년부터 2022년 말까지 총 8명 채용을 추천한 건으로 주의를 받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한수원 출신 퇴직자 중 1급 상당 1명을 포함 총 8명이 채용되도록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에너지·전력산업 기반연구사업 협약서에 따라 해당 기간 에너지연구원에 매년 25억~30억원, 총 320억원의 '에너지·전력산업 기반 연구사업'의 사업비를 지급해왔다. 이 기간 한수원은 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담인력 중 비정규직 객원연구원으로 한수원 퇴직자를 추천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활용지침 규정과 달리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일부는 인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원장 승인만으로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전력산업 기반연구사업 협약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기 위한 사항은 한수원과 별도로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선정된 연구과제에 대해 연구원의 연구와 활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토록 하고 있다.
연구수행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면 인력 채용에서도 독립돼야 하는데, 출연금 지급기관의 추천을 사실상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사업비를 지급하는 주체이고 연구원은 사업비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란 관계를 고려했을 때, 연구과제 이행과정에 수반되는 의사결정에서 한수원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원은 사업비를 지원하는 한수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한수원이 해당 협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사 출신 퇴직자 고용을 요청할 경우 연구원은 채용의 필요성과 퇴직자 전문성 등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보다 수동적으로 한수원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추천 채용된 인사들이 뚜렷한 연구실적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해당 객원연구위원의 협약사업 관련 연구실적을 확인한 결과 A와 B는 연구계획과 실행 단계 모두에서 참여 실적이 없었다.
현재 재직 중인 C와 D는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등 5% 참여율로 참여한 것으로 돼있지만 그마저도 구체적 내용 없는 단순 자문 위주의 활동에 그칠 정도로 참여성과가 불분명했다. 나머지 객원 연구위원 4명은 2~4개 과제 관련 직접적인 연구 참여 없이 일부 자문 위주의 활동만 파악됐다.
감사원은 "특정 연구사업이 원자력 분야 정책을 지원한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사실상 한수원 간부급 퇴직자의 재취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에너지연구원 요청으로 적합한 후보를 추천했을 뿐 채용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도 '앞으로 후보자 추천은 지양하고 에너지연구원이 공개채용으로 투명하게 선발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연구원도 "앞으로 추천 채용방식을 지양하고 객원 연구위원의 업무 평가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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