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
"불편한 한일, 삶 힘들었을 것"
"한일 관계 미래지향적 발전"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을 맞아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를 입은 동포들을 초청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이젠 한국말이 어색해진 동포는 "윤 대통령 덕분에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 원폭 피해동포 85명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 재일동포 42명, 국내 거주자 43명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김건희 여사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최대 명절인 추석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며 "정부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원폭 피해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은 피해였기에 그 슬과 고통이 더욱 컸을 것이다"고 위로했다.
이어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한이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협력하면서 역내,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위로는 이 자리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답사에 나선 권준호 한국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을 언급했다.
"안 되는 우리말로 인사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발언을 시작한 권 위원장은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 위령비 참배가 늦어 송구하다'고 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저희와 저희 자손들도 이제 과거와 다른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원폭의 피해를 입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꿈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라며 "제게 핵무기는 악몽"이라고 했다.
그는 "악몽 같은 핵무기가 한반도에 다시 등장한 데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히로시마로 돌아가서도 우리 정부의 평화, 비핵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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