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와인숍에 와이너리까지…'유통 빅4' 총수들 직접 챙긴다 [격동의 와인시장③]

기사등록 2023/06/18 17:30:00 최종수정 2023/06/19 11:57:07

롯데·신세계·현대百 대형 매장 운영

와이너리 인수·직수입 등 공급 경쟁

[서울=뉴시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대형 오프라인 와인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롯데마트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모습. (사진=롯데마트 제공) 2022.05.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와인' 열기가 다소 식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유통가에선 여전히 와인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앞 다퉈 와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4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오프라인 유통 빅3'는 와인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오프라인 전문 매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큰 매장에서 다양한 와인을 파는 창고형을 넘어 맛·향·분위기를 즐기면서 구매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내놓는 추세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롯데 '보틀벙커'다. 롯데는 지난 2021년 12월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1322㎡ 규모로 보틀벙커 1호점을 만들었다.

보틀벙커는 매장에서 여러 와인 맛을 볼 수 있도록 소비자 관심을 모았다. 이후 롯데는 1호점 인기를 확인하고 창원·광주 마트 매장을 리뉴얼해 2·3호점을 추가했다.

아울러 4호점 계획을 확정하고 추진 중인데, 당초 서울역 마트에 4월께 만들어질 걸로 알려졌으나 순연돼 하반기 개점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경기 남양주 스페이스원에 '와인리스트'를 냈다. 이 또한 약 1000㎡ 규모의 초대형 전문 매장이다.

와인리스트에선 그룹 자회사 비노에이치 등이 160여 수입사가 들여온 와인들을 판다. 그 종류는 수천 종에 달하는 걸로 전해진다.

와인리스트 또한 원산지 기준으로 제품을 진열하는 관행에 변화를 줬다. 공간을 활용해 계절·식문화 추세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제안한다.

신세계는 지난달 4일 경기 하남 스타필드 지하 1층 기존 PK마켓 자리에 초대형 전문 매장인 '와인클럽'을 만들었다.

와인클럽 또한 영업 면적 500평의 초대형 매장이다. 와인 구매와 함께 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위스키바 등을 조성했다.

이는 본격적인 대형 와인 전문점 경쟁에 돌입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당시 신세계 측에선 "이미 계획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대형 오프라인 와인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경기 하남 스타필드 와인클럽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2023.05.04.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빅3는 공급망 확보 경쟁도 하고 있다.

유통 와인 다변화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노력이다. 와이너리 인수를 시도하거나 자회사를 세워 직수입을 강화하는 등 행보가 이에 해당한다.

롯데는 올해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신동빈 그룹 회장이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를 찾은 것도 이런 행보 일환으로 읽힌다.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이후에도 '와일드푸트 빈야드'에 이어 '얼티미터 빈야드'를 추가로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출자로 와인 수입·유통 역할을 하는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이는 업계에서 경쟁에 참여하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최근엔 한화그룹이 와인 관련 행보를 이어가면서 주목 받고 있다. 아직 대형 매장은 없지만, 향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개장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법인을 통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세븐스톤즈를 인수했다. 이는 '한화가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화솔루션에서 분리한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가 3남' 김동선 전략본부장 주도로 지난 1일 완전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했다. 와인 수입·유통 관련 역할을 위한 조직 성격이다.

직수입 와인은 우선 한화갤러리아 와인 매장인 비노494에 공급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 선례를 볼 때 향후 별도 브랜드화 시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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