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바지에 대한 검증
피해자 측 "범행동기 밝히는 데 중요"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 무차별 폭행을 가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에 대한 검증이 17일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바지 단추를 여닫는 방식이 특이해 저절로 풀어질 수 없는 구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날 오후 부산고법 2-1형사부(부장판사 최환) 심리로 열린 검증기일에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착용했던 바지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지난 3일과 지난달 19일에 열린 증인심문에서 사건의 최초 목격자와 출동 경찰, 피해자의 언니는 피해자의 바지에 대해 벗기 힘든 특이한 형태의 단추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검찰청으로부터 피해자의 바지를 확보한 뒤 직접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피해자의 바지는 밑위길이가 길어 배꼽 아래까지 올려 입는 형태였다. 또 청바지의 단추는 오른쪽 호주머니 옆에 두 개가 있었으며, 지퍼를 채운 뒤 두 단추를 잠가야 착용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바지 군데군데에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흘렸던 핏자국이 선명히 묻어있었다.
피해자는 "바지를 오른쪽으로 제쳐 풀지 않은 이상 지퍼가 보이지 않는다"며 "허리에 딱 맞는 크기의 바지를 샀었기 때문에 골반까지는 저절로 절대 내려갈 수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도 "(바지의) 두 단추의 여닫는 방식 때문에 저절로 풀어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내용을 검증 조서에 기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측은 사건 당시 현장을 제일 처음 목격한 증인의 사실확인서와 피고인 A씨의 구치소 수감 동료의 진술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당시 최초 신고자와 함께 우연히 아파트 로비에 내려왔다가 피해자를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라며 "또 다른 시각에서 본인이 목격한 내용의 확인서를 통해 증인들의 증언 신빙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수감 동료의 진술서는 A씨가 수감 중에 피해자에 대해 보복 내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는 "구치소 수감 동료들은 평소에 알던 사람이었고, 사이가 안 좋았기 때문에 제가 그런 식으로 말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피해자의 바지는 배꼽 위까지 올라오는 바지이지만, 사건 당시에는 골반 아래까지 내려가 있었다"며 "최초 신고자와 출동 경찰 모두 바지 버클이 절반 이상 내려가 있었고, 양 끝부분이 'Y자' 형태로 벌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누군가의 외력에 의해 바지가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더군다나 당시 정신을 잃었고 기억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본인이 바지를 내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는 피해자를 제외한 A씨만 있었다"며 "청바지 검증을 통해 이 사건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 역할을 할 것이며, 이에 대해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오는 31일 오후 5시로 지정하고, 피의자 심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