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남촌동 택시강도살인 재판…"죽이지 않았다"(종합)

기사등록 2023/04/21 12:07:50 최종수정 2023/04/21 15:08:38

재판 방청한 피해자 유족 "범인들 신상 공개하라"

[인천=뉴시스] 택시강도 2명. 2007년 7월 1일 인천 남동구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뒤 도주했다.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인천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에서 택시기사를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16년 만에 붙잡힌 40대 남성 2명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21일 첫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47)씨 측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의 변호인은 "강도 범행을 모의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 살해에 가담한 적도 없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다 부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로 제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도 부동의한다"며 "택시 뒷좌석에서 화재가 발생해 혈흔과 지문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범 B(48)씨 측은 "공소사실은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가 조수석 뒷좌석 차 문을 열고 탈출한 이후 과정에 대해 부인한다"고 했다.

B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B씨는 택시 안에 머물렀다"며 "상피고인(A씨)이 피해자를 쫓아가 추격하는 과정에서 살인이 일어났다"고 했다.

다만 "변호인으로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증거기록이나 사건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다시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인 택시기사 C(사망 당시 43세)씨의 유족들도 참석해 재판을 방청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유족이 손을 들고 "미리 준비해온 글을 읽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누구인지 묻는 재판장의 물음에 그는 "숨진 피해자의 매형"이라고 답했다.

그는 "경기 파주시 택시기사 살인사건 범인 이기영의 신상은 언론에 모두 공개됐다"면서 "유사사건인 이 사건의 범인들에 대해선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나이와 얼굴도 모르는 상태"라며 "다음 재판부터는 범인들의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신상 공개는 법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억울한 점이 없도록 재판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 2007년 7월 1일 인천 남동구 제2경인 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뒤 도주한 남성들이 불을 지르고 버리고 간 택시. 2023.03.07.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A씨 등은 지난 2007년 7월1일 오전 3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택시기사 C(사망 당시 43세)씨를 상대로 현금 6만원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치소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이들은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강하게 저항하던 C씨를 미리 준비해 온 흉기로 살해했다. 이후 택시를 운전해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 주택가로 이동시키고 불을 지른 뒤, 미리 준비한 A씨 소유의 크레도스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범인들이 택시에 불을 지를 때 종이 불쏘시개로 사용한 차량 설명서 책자를 눈여겨본 경찰은 과학수사를 토대로 전 크레도스 차량 주인의 쪽지문(작은 지문)을 발견했다. 이후 A씨 등을 강도살인 피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 1월5일 경기도 소재 주거지에서 A씨를 먼저 붙잡았다.

또 범행 현장에서 택시에 불을 지르고 도주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신 및 금융거래내역 분석, 프로파일링 등 다각적인 추가 수사를 진행해 공범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2월28일 공범 B씨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3월8일 B씨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위원회는 B씨의 방어권 보장 필요, 공범 일부 공개 시 형평성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공개 결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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