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공사를 진행 중인 롯데건설이 법원 판결로 시공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는 전날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원 신모씨 등이 조합과 롯데건설 등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 2017년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경쟁사 GS건설을 이기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전 직원들을 이용해 미성·크로바 조합원 일부에게 현금이나 여행상품 등 총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해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이에 신씨 등은 롯데건설의 금품향응수수 행위를 조합에 신고했으나 조합 측이 이를 방관했으므로 해당 시공사 선정 결의는 무효라며 지난 2019년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이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패소한) 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재건축 조합이 2017년 10월 임시총회에서 한 시공사 선정의 건에 관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롯데건설과 그 직원들은 일부 조합원들에게 숙박 등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고, 이러한 롯데건설의 부정한 행위는 시공사 선정에 관한 조합의 이 사건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강행규정인 구 도시정비법 11조 1항 본문을 위반해 이뤄진 무효의 결의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의 당시 조합원 총 1412명 중 1370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 결과 롯데건설이 736표, GS건설이 606표를 각 득표했다. 둘 사이 득표 차이가 130표에 불과해 만약 65명만 달리 투표했으면 그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당시 기권 또는 무효표가 28표였던 점까지 고려하더라도 롯데건설이 100명 이상의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은 이 사건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부정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아직 회사 측으로 판결문이 공식적으로 전달된 상태는 아니기에 (상고여부 등은)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롯데건설은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더라도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는 경우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를 다시 뽑아야 할 위기에 처한다. 이렇게 되면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14개동, 총 1888가구 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수주 과정에서 많은 부침을 겪다가 지난해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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