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문턱 넘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달 말 국회 본회의 상정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마이데이터 시대' 성큼
'디지털 시대 원유' 데이터 활용·유통 확대 기대감도 ↑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동권)' 도입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를 통해 정부의 '마이데이터'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확산은 '디지털 시대 원유'라 불리는 데이터의 유통과 활용도 부추길 전망이다. 그간 "쓸 데이터가 없다"고 토로해 온 IT업계에도 풍요로운 데이터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전체 회의에서 일부 조항이 문제가 돼 계류했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 전체회의에서 법사위는 법안 내용 중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 기기로 사람 등을 촬영하는 경우,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되는데 다만, 그런 사실을 알렸을 때 소관 업무의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예상된다고 따졌다. 또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등의 일부 조항이 행정기본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짚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일부 체계와 자구를 수정했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지난 전체회의에서 지적된 내용을 중심으로 체계·자구 수정을 마쳤고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도 마쳤다"면서 "이동형 영상기기 촬영 시 표시 예외를 두었던 조항은 삭제하고, 자동화된 결정 관련 37조 2항에 대해서는 행정기본법과의 체계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 문제점이 해소됐다고 판단, 이날 최종 의결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문제점이 해소된 것으로 보고 해당 법률안을 의결하고자 한다"고 말하고,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정부에 이송된 뒤 국무회의서 최종 확정될 것"이라면서 "관보에 게시해 공포하면, 6개월 이후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이동권'도입…'마이데이터 시대' 온다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이다. 개인정보 이동권은 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내려받아 소유·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전송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제도적 기반이다.
지금까지 국민에게 소극적 열람·삭제권만 부여되고, 기업은 개인정보 활용에 많은 통제와 제약이 있었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확산하면 국민은 데이터 주권을 보장받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에는 창업과 서비스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이터 산업 생태계의 새로운 창'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한다.
그간 '개인정보 이동권'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전자정부법 등 일부 특별법에서만 허용됐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도 금융·공공 분야에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개인정보 이동권이 신설되면 앞으로 정보·통신·교통·보건·의료 등 전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요금납부정보, 통신가입정보, 통신이용정보, 연체정보, 기기정보 등에서 '마이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교통에서는 위치정보, 출입국정보, 탑승정보(항공·선박), 자율주행차 정보 등이고,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진단 정보, 약물처방 정보, 병리검사 정보, 생체신호 정보 등에서 마이데이터 활용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데이터 풍요 시대' 여는 황금열쇠 될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에 따라 데이터의 유통과 활용이 늘어나면, 데이터 시장도 '풍요의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 일종의 '원유'다. 가깝게는 생활 속 가전기기의 지능화에 필요하고, 다소 멀게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챗GPT에도 필요하다. 이에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국가 혹은 기업의 경쟁력으로 판단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그간 국내 데이터 기업들은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토로해왔다 .아울러 데이터 활용 역량·예산·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많아 안전한 개인정보 처리를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며, 기업들이 개인정보 가명처리를 어떻게 안전하게 수행할 지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는 영상정보 등 비정형데이터 가명처리 수요가 많은데, 가명처리 여부가 유보됐거나 기준이 불분명해 유관 연구에 한계가 많았다. 또한 생명윤리법 등 의료 분야의 특별법들과 개인정보 보호법이 상충되는 부분도 있어 데이터의 활용을 가로막아왔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올해 '국민 신뢰기반의 디지털 대전환 선도'를 위한 데이터 활용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 마이데이터의 전 분야 확산을 기반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보다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안심구역' 도입과 비정형 데이터 가명처리 기준(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올해 주요 과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명정보 활용지원센터에서 열린 '가명정보 활용 종합지원플랫폼 시연회 및 데이터 기업 간담회'에서 "데이터 활용역량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중에서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개인정보를 엄정한 프라이버시 보호 속에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 애로사항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플랫폼 추가 구축 사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나가겠다"면서 "비정형데이터 가명처리 기준의 경우 작년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했고, 이를 반영해 연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비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시 어려움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다양한 법적 이슈를 정리하고, 명확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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