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한재혁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기준금리 3.5%는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데이터 변화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3.5%를 예상한 것은 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소통의 차원이지 약속이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그렇게 간다든지, 정책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11월 경제 데이터만 볼 때는 다수 금통위원들이 3.5%면 과소나 과잉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경제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3.25%로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대다수가 내년 최종 기준금리를 3.5%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제침체 전조라는 해석에 대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경기 침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경기침체 경계선에 서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일부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그러나 모두발언에서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하겠다고 말해 속도도절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금리인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하려면)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의 확실한 증거를 어떻게 파악하냐는 질문에는 "가장 큰 고민이고,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라며 "물가 목표치가 2%라고 해서 2% 근처로 가야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 흐름 예측에 따라 목표치료 수렴하냐, 안 하냐를 보면서 중장기를 예측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침체를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반면 너무 일찍 대응하면 '스탑 앤 고(stop-and-go)'라는 말처럼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다"며 "경기, 외환, 고용 등 여러가지 거시경제 변수를 파악하고 있고 11월에 발표한 전망치에 변화가 있어 1월에 전망치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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