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 줄어도 공급 과잉인데…野 혈세 투입 '양곡법' 밀어붙이나

기사등록 2022/11/19 07:00:00 최종수정 2022/11/19 09:40:44

올해 생산량 3% 감소했지만 15만5000t 공급 과잉

서구식 식습관·육류 섭취 등으로 쌀 소비량 감소

정부 "양곡관리법 통과 시 쌀 과잉 생산 고착화"

매년 1조 혈세 낭비에도…민주, 국회 상임위 처리

법사위서 막아도 60일 지나면 본회의 부의 가능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북구 건국동 북광주농협 우치지점에서 2022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검수가 펼쳐지고 있다. 2022.11.08. wisdom21@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기상 여건 악화로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 줄었지만, 여전히 수요량보다 많은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과잉 생산이 고착화되고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야당은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양새다.

19일 통계청 '2022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76만4000t으로 1년 전(388만2000t)보다 3.0%(11만8000t) 감소했다. 쌀 생산량은 2016년(419만7000t)부터 5년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전년보다 10.7% 증가한 388만2000t을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가 벼 낟알이 익는 시기에 태풍 '힌남노'로 인한 풍해 등 기상 여건 악화하면서 단위 면적(10a)당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쌀 생산량은 소비량을 웃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수요량은 360만9000t으로 추산된다. 쌀 생산량 감소에도 수요량이 더 적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15만5000t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인들의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2000년(93.9㎏)과 비교하면 21년 만에 37㎏(39.4%)이나 줄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1984년 이후 37년 동안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올해도 쌀 과잉생산이 예상되자 정부는 지난 9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을 조속히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정부는 수요량보다 올해 쌀 생산량이 24만8000t 초과할 것으로 보고 이보다 10만t 많은 35만t에 2021년산 쌀 10만t을 합쳐 총 45만t을 시장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상했던 24만8000t보다 초과 생산량이 약 10만t 줄면서 시장 격리 효과는 오히려 더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쌀 가격도 점차 오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낟알이 익는 시기인 등숙기에 작황이 부진하면서 쌀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쌀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76만4000t으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쌀 가격 하락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와 태풍 힌남노 등 기상 여건 악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정부는 쌀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년에도 시장 격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공급을 줄여 쌀값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쌀 과잉 생산이 지속되자 쌀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 쌀값 정상화 TF팀장인 신정훈 의원은 "양곡관리법으로 쌀 과잉 생산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라며 "지난해 쌀 과잉이란 걸 수확기에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가) 늑장 대처해 가격 폭락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통과하면 지금보다 과잉생산이 더 고착화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90%가 넘는 반면 다른 밭작물은 기계화율이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면 농가들이 손쉬운 벼농사를 고집해 타작물 전환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쌀 의무 격리에 따른 혈세 투입마저 우려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양곡관리법은 결과적으로 쌀 증산을 촉진하게 된다"면서 "벼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품목이고 기계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데 정부가 판로마저 보장해주면 저 같아도 벼를 심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양곡관리법 처리에 반대하며 맞서고 있지만 의석수가 많은 거대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결국 개정안이 통과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 밀어붙이면 법 통과를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양곡관리법은 민주당 단독 처리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사위 심사가 종료되면 본회의 표결만 남게 된다.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농해수위 위원장인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곧바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 심사를 미루더라도 때가 되면 민주당이 개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열린 '밥 한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08.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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