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초기 대응 둘러싼 진실공방
SK C&C, 사고 당일 카카오 측과 통화한 내역 공개
SK "소방당국의 전원 차단 불가피 의견…고객사와 협의"
카카오 "이전부터 서버 먹통…더이상 쟁점 사항 아냐"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SK C&C와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초기 대응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SK C&C가 카카오와 통화한 내역까지 공개하며 공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SK C&C 측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카카오 등 고객사에 화재 사실을 알리고, 데이터센터 내 전원 차단 등을 협의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 측은 화재 사실도 직접 확인했고, 전력 차단 유무와 별개로 이미 화재 발생과 동시에 자사 서버가 멈춰 발빠른 대응이 어려웠다는 주장을 편다.
21일 김영식 의원실에서 입수한 카카오와 SK C&C의 주요 사고 조치 내역을 보면, 양사는 사고 발생 고지와 협의 등 초기 사고 대응 과정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고했다.
SK C&C는 지난 15일 오후 3시19분 화재 경보와 함께 방재실 화재를 인지했다. 오후 3시22분 데이터센터 소화 설비가 자동으로 작동됐으며, 오후 3시33분 화재로 인한 전력 계통 이상으로 카카오 등 디지털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38분이다. 그로부터 1시간여 흐른 오후 4시40분에는 소방당국의 요청으로 화재 진화를 위한 물 사용 및 센터 전체 전원 차단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오후 3시40~42분 사이 '직접' SK C&C에 연락을 취해 화재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는 그로부터 30여분이 흐른 오후 4시13분 서비스 복구 처리 작업을 시작했다. 40분이 지난 오후 4시53분에는 SK C&C로부터 센터 전원 차단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한다. 이중화된 데이터 센터를 통한 트래픽 분산 처리 작업은 오후 5시2분에서야 시작했다.
이처럼 화재 발생 직후 사실 고지부터 데이터센터 전원 차단 결정까지 엇갈린 주장이 계속되자, SK C&C는 사고 당일 카카오와 통화한 내역을 공개했다.
SK C&C는 "화재 발생 후 4분 만에 데이터센터에 있는 카카오를 포함한 고객사 직원들에게 화재를 알리며 대피시켰다"면서 "카카오의 서버 장애 발생 원인 문의에 화재 경보 사실을 알렸다. 이후에는 소방관계자로부터 전원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고객사에게 알리고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SK C&C가 소방당국의 요청으로 센터 전원을 전체 차단했고, 우리와 협의했다 주장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이는 더 이상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이미 화재 발생과 동시에 카카오 서버는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서비스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애초에 현장에서 담당자가 손을 쓸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SK C&C가) 통보를 했냐 안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화재가 난 시점에 저희 전산실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기며 서버의 상당수가 차단이 됐다. 불이 확산됨을 막기 위해 물을 뿌렸다는 결정을 소방서에서 했다는데 통제권이 소방서에 있기 때문 그 결정은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화재가 발생해서 나온 부수적인 사실이라 진위 문제에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향후 화재원인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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