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임 재무장관, 총리 감세안 대부분 취소…"52조원 세금 다시 걷는다"

기사등록 2022/10/17 20:34:58 최종수정 2022/10/17 20:54:13

73조원 감세 중 52조원 복원 과세…시장 긍정 반응

트러스 총리 입지 한층 약해져

[AP/뉴시스] 영국 보수당의 제러미 헌트 의원이 14일 리즈 트러스 총리로부터 새 재무장관으로 전격 기용된 뒤 총리관저를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영국 보수당 리즈 트러스 총리의 새 재무장관이 된 제러미 헌트 의원은 취임 사흘 만인 17일 전임 재무장관과 트러스 총리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안' 대부분을 취소시켰다.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정부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지만 공공 재정에 관한 명확성을 줄 수 있다면서 감세안 주요 조항의 철회를 발표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정부의 핵심 경제안을 번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헌트 장관의 철회에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파운드화 가치와 정부 국채 가격이 상당히 강한 오름세를 탔다.

헌트 장관은 소득세 최저구간 세율을 19%로 내리는 안을 취소해 현행 20%로 무기한 확정시키고 가계의 에너지 부담이 평균 연 2500파운드가 되도록 2년 동안 정부 지원을 통해 실시하려던 에너지비 동결을 내년 4월까지 단 6개월로 축소했다.

이밖에 국민보험료 인하 및 부동산 최초구입자의 취등록세 면제 안 등을 모두 없는 것으로 했다.

즉 트러스 총리와 전임 콰시 콰르텡 장관이 내놓았던 '세금는 덜 내고 정부지원은 더 받는' 언듯 국민들에게 좋은 조치를 의회 법제화 전에 무효로 한 것이다. 

9월6일 취임했던 트러스 총리는 콰르텡 재무장관과 함께 9월23일 정식 예산안 구성도 없이 '미니 예산안' 형식으로 경제성장안을 발표했는데 연 450억 파운드(73조원)의 감세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다른 예산지출 삭감도 없고 세수 보충을 위한 증세도 전혀 없는 감세 예산안은 결국 대규모 신규 국채발행으로 이어지고 이는 9.9%인 인플레를 다시 급격히 올려버릴 것으로 보고 영국 자산 '싸게 정리하기'에 나섰다.

파운드화가 1달러 당 1.1달러에서 1.03달러까지 가치 폭락했고 국채 가격 역시 30년 만기물 수익률 5%대 등으로 급락했다. 영국은행이 국채 무기한 매입으로 진정되는 듯 했으나 근본적인 정부 불신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IMF 등 국제기구와 미국 정부가 외교적 완곡어법을 넘어 직설적으로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잘못된 것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투자 여력이 있는 부자와 기업 감세로 높은 성장률을 유인한다는 '낙수이론'을 신봉한 트러스 총리였지만 결국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45% 폐지를 취소했으며 14일 법인세를 25%에서 19%로 내린다는 안도 포기했다.

그러면서 막역지기인 콰르텡 의원을 재무장관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총리 경선에서 라이벌 리시 수낙 전재무장관을 밀었건 제리미 헌트 전외무장관을 전격 기용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감세안 취소로 다시 연 320억 파운드(52조원)의 세금이 걷힐 것이며 에너지비 보조를 대폭 줄이면서 재정 적자가 크게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비 보조를 원안대로 할 경우 연 600억 파운드(97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헌트 장관의 과감한 번복과 취소로 영국 금융시장과 파운드화는 안정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야심찬 미니 예산의 골간이 거의 모두 뜯겨지고 무너져버린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위치는 한층 불안정하고 취약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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