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셧다운' 불러온 학습격차·돌봄공백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에서 제도화로
재택근무·사무실 출퇴근 혼합 '뉴노멀'로
요양병원 집단감염…'약한고리' 보호 숙제
우리 정부는 국경폐쇄나 전면봉쇄 없는 최소한의 조치로 감염병을 막아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이동·접촉을 제한하는 규제를 실시했다. 학교는 비대면 수업, 회사는 재택근무, 병원은 비대면 진료라는 전에 없던 변화를 맞이했다. 국내 코로나 환자 첫 발생 1000일을 기해 바이러스가 바꾼 한국 사회의 모습들을 짚어봤다.
◆유치원·학교 '셧다운'…벌어진 학습 격차, 커지는 돌봄 공백
코로나19는 교육 현장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모두에게 동등한 환경을 제공하던 '학교'라는 공간을 원격수업이 대체하자 학습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신형 컴퓨터가 없는 가정, 조부모·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교사 10명 중 8명은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돌봄 공백을 '학원 돌리기'로 매웠다. 정부가 부랴부랴 학교 급식과 돌봄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마저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서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교원단체들은 '학교는 돌봄공간이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돌봄전담사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돌봄 파업'에 나섰다.
학교도, 부모도 돌봐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건강을 잃어갔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통계로 보는 오늘의 교육'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정의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건강상태가 나빠졌고, 우울감과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영유아의 경우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수업이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됐다. 표정, 입모양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배우지 못해 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감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동은 마스크 착용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유치원 등에선 아직 자체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등록금 반환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대학생 2600여명이 전국 26개 사립대학교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국민들의 생명·건강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던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의료계는 환자의 대형병원 선호, 오진 우려 등을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왔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와 격오지 군부대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범사업만 실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계기로 2020년 2월 전화상담·처방에 한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같은 해 12월 감염병 위기경보 상황에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도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가 '1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는 '플랫폼' 문제가 걸려 있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통한 약물 쇼핑·과잉 의료 문제가 지적됐다. 전문의약품 이름을 교묘하게 바꿔 광고하는 약사법 위반 사례도 발견됐다.
의사·약사단체들은 "상업적 진료가 늘고 환자에게 의료 쇼핑을 부추겨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나 여야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을 이번 회기 내에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라 빠르면 올해 안에 합법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재택근무 12배 증가…재택·출퇴근 혼합근무 '뉴노멀'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9만5000명(전체취업자 대비 0.3%)이던 재택근무자는 2021년 114만명(4.2%)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고숙련 직업에서 더욱 활성화됐다.
모든 직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없게 되자 IT기술을 활용한 화상회의가 정책됐고 회식 문화는 사라졌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홈오피스' 가전과 인테리어 소품 매출이 늘었다. 배달 음식 플랫폼은 전례없는 호황을 맞으며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4월 '일상 회복'이 본격화됐지만 직장인들의 재택근무 선호는 이어졌다. 주요 대기업·IT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를 혼합하는 형태가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잡았다.
회사가 아닌 주거지와 가까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원격근무용 사무실 '스마트워크센터'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17곳에서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SK그룹, 현대차 등 대기업도 속속 도입 중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청도 대남병원의 폐쇄정신병동에서 발생했다. 대남병원에 입원한 정신질환자 103명 중 101명이 감염되고 7명이 사망했다.
이후 연이은 정신병동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폐쇄·밀집환경'이 지목됐다. 메르스 이후 일반 입원실은 최대 4병상(요양병원 6병상), 병상 간격은 최소 1.5m 이상으로 개선됐지만 정신병동은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정신병동 병상 수를 입원실 당 6개 이하로 줄이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고령층이 생활하는 요양병원·시설에서도 집단감염이 연달아 발생했다. 정부는 백신 우선접종, 대면면회 제한, 외출외박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되면서 노인 의료·주거복지시설 내 노인학대는 2019년 486건에서 2020년 521건으로 7.2% 늘었다.
반복되는 면회 제한으로 입소자들의 우울감은 심해졋고,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속출했다. 향후 코로나가 재유행하거나 다른 감염병이 창궐하면 정신병원·요양병원에 대한 코호트 격리나 대면면회 제한은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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