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여친 스토킹·살해' 김병찬, 2심 징역 40년…유족 "얼마나 힘들었을까"(종합)

기사등록 2022/09/23 15:08:39

스토킹 신고 당하자 보복 살해 혐의

1심 징역 35년…2심, 징역 40년 선고

반성문에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재판부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워"

"보복 목적 있어…원심 형량 가벼워"

유족 "시스템으로 못 지킨 것…불안"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스토킹 피해를 수차례 신고해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지난해 11월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11.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전 여자친구 보복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던 김병찬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있는데도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다며 개선할 것을 호소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15년 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보복 목적이 아니었다' 는 김병찬의 주장에 대해서는 범행 이전 방법을 검색하는 등 준비하고 피해자를 찾아가 위협했던 상황 등을 근거로 "보복 목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에 관해서는 "피고인은 전 연인이 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혔고, 공권력 개입 이후 구체적 살인 계획을 세우거나 피해자를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행 전에도 피해자에게 그 자체만으로 중한 형을 받을만한 협박, 감금도 수차례 자행했다"며 "보복 목적이 없었다는 기존의 주장 반복한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에 따르면 김병찬은 앞선 원심 선고 직전 제출한 반성문에서 "백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모든게 제 잘못으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지만…"이라고 적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원심의 형량이 가볍다고 보고 김병찬에게 1심 형량보다 5년 늘어난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선고가 끝난 후 "(김병찬은) 일상을 불안으로 만든 사람"이라며 "(피해자가) 가족들한테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했다.

이어 "접근금지명령 신청도 받고 검찰이 조치를 취했는데도 찾아와서 죽인 거다. 시스템적으로 (피해자를) 못 지킨다고 밝혀진 것이어서 더 불안하다"며 "관련 법이 제정되고 시스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유족들은 징역 40년이 선고되자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형에 처해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스토킹 피해를 수차례 신고해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지난해 11월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11.29. kkssmm99@newsis.com
검찰은 지난달 31일 결심공판에서 "치밀한 계획 하에 (피해자를) 잔혹하게 보복살해했다"며 1심 때와 같이 김병찬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김병찬은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긴급구조 요청을 보냈으나 경찰은 12분 뒤에 도착했고, 얼굴 등을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김병찬은 다음날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김병찬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포렌식 결과 범행 방법과 도구 등을 검색한 사실이 파악됐다.

경찰은 김병찬이 A씨의 스토킹 신고 등에 앙심을 품어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했다. 보복살인은 단순 살인보다 형량이 높다.

한편 김병찬은 과거 A씨에게 상해를 입히고 감금하거나 차량 등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연락한 혐의 등도 받는다.

지난 6월 1심은 김병찬이 흉기와 살해 방법을 미리 조사·준비했다며 계획적인 보복 살인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병찬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5년도 함께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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